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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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이 흘렀다.

백이강이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해 버린 탓에 차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백이강은 지금 내가 신경 쓰인다는 거잖아?

나쁜 쪽이든 좋은 쪽이든, 백이강이 날 신경 쓴다는 건 꽤 듣기 좋은 소식이었다.

이렇게 점점 나를 의식하다 보면 내가 본인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진심이 담긴 감사 인사가 나오겠지!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안 그래도 백이강을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고민하던 참인데 이렇게 나와주니 오히려 고마웠다.

“뭐?”

“나는 솔직히 네가 날 자주 쓰진 않지만, 그렇다고 놓을 수는 없는 애증의 무기쯤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어.”

호기롭게 웃으며 백이강 가까이 다가선 나는 그의 허리춤에 걸쳐 있는 풀문의 칼집을 톡 건드렸다.

전장이 아닌지라 쓸모는 없지만 놓을 수는 없는 검인 그의 풀문처럼, 딱 내가 그에게 그런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를 짐짝처럼 다룰 리는 없잖아? 툭하면 가두질 않나, 가두려고 하질 않나, 그도 아니면 감시를 붙이고.”

내가 무슨 물건도 아니고 말이야, 하며 웃자 백이강의 눈썹이 천천히 찌푸려졌다.

저건 위험신호였다. 백이강의 기분이 서서히 가라앉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사실 마음 같아선 사족을 더 붙이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눈썹이 일그러지는 걸로 끝나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도 순순히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이왕 이렇게 속내를 털어놓게 된 김에 다 말해 버릴 작정이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네가 날 짐이 아닌 동료로 믿는다면 감시를 붙일 게 아니라 대화를 해야 한다는 말.”

이왕 나를 신경 쓸 거라면 최대한 상식적이고,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 써달라는… 대충 그런 말이었다.

담백하게 답을 건넨 나는 백이강의 표정을 보기 위해 사선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러자 다른 곳을 보고 있던 백이강의 시선이 비스듬하게 나를 향했다.

대각선으로 마주친 눈길이 서로를 진득하게 좇기도 잠시, 그의 입이 열렸다.

“구속하지 말라는 소리군.”

어… 맞는 말이긴 한데, 뭔가 어감이 좀 이상하지 않냐? 왠지 연인들끼리 해야 할 말 같고.

“청도운. 뭔가 오해하고 있는 모양인데, 내가 네게 붙여둔 이들은 전부 호위들이다. 오히려 너를 감시하는 건 내가 아니라 그 까마귀 마수지.”

“…그런 것치고는 네가 내 하루를 너무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생각 안 드냐?”

그러자 백이강은 모르겠다는 듯 순진한 눈빛을 보이며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나로서는 까마귀 마수나 백이강이나 별다를 바가 없었다.

“까마귀도 너 정도는 아닐걸.”

저놈은 곧 죽어도 이해 못 할 것 같지만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백이강의 제비꽃색 눈이 형형히 빛났다.

“그럼 안 되나?”

안 되냐는 말이 여기서 나오면 그거야말로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뻔뻔함의 극치인 건지, 아님 진짜 문제를 모르는 건지…. 어느 쪽이든 문제는 문제다. 이 사회성이라곤 한참 결여된 인간아!

“어휴. 됐어! 네 관심은 너무 과격해. 계속 그렇게 굴면 요정이고 뭐고 파업할 거니까 그런 줄 알아.”

“누구 맘대로.”

가소롭다는 얼굴로 혀를 찬 백이강은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뭐, 뭐야?”

“침실로 갈 거니까 불이나 꺼.”

창문으로 달빛이 스미고 있었다. 마법으로 집무실을 환히 비추던 조명들을 간단히 끈 나는 얼떨결에 백이강과 손을 잡고 나란히 복도를 걸었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Nơi câu chuyện tồn tại. Hãy khám phá bây gi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