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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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렇지, 웬일로 날 혼자 두나 했다.”

백이강, 너…… 생각보다 더 계획적인 놈이었구나? 진짜 황당하네…….

분명 혼자라고 생각했고, 확실히 혼자였으나…… 실상은 혼자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백이강의 손바닥 위였고, 그가 남겨둔 시야에 덩그러니 담겨 있는 채였다.

“멀쩡한 사람을 가두라는 명을 내리신 ‘그분’께선 굉장히 폐쇄적인 성격이신가 보네요.”

“예, 그렇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 예?”

보란 듯이 비꼬듯 던진 말인지라 순순히 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 그도 모자라 긍정하는 말소리에, 나도 모르게 바보 같은 물음이 불쑥 튀어 나갔다.

이 남자, 백이강의 부하 아니야……? 그런 당신이 내 말에 수긍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요…….

“방으로 돌아가 주십시오.”

남자는 내 되물음을 흘려듣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양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커다란 몸집을 자랑하며 문 앞을 강건히 막아섰다.

유일한 통로가 완전히 막혀 버린 셈이었다.

물론 넓고 넓은 황궁이니만큼 다른 길을 찾는다면 있기야 할 터였다. 하지만 한참 돌아가는 건 둘째치고, 이 남자가 날 감시하고 있는 이상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닌 듯했다.

하필이면 지금 상황은 이동 마법을 쓰는 것도 어려웠다.

이 마법은 기본적으로 목적지의 좌표 정보를 갖고 있거나 가본 적이 있는 장소로만 이동할 수 있는데, 내가 제국에서 가본 곳이라곤 황태자궁과 황궁의 마당 구석이 전부였다.

도망쳐 봤자 거기서 거기라는 뜻이었다.

“초장부터 되는 일이 없냐…….”

터덜터덜 방으로 돌아온 나는 문짝에 기대어 주르륵 주저앉았다.

내가 아무리 빙의자라지만 제국 곳곳의 세세한 좌표를 아무런 자료나 도움도 없이 알아낼 능력은 아쉽게도 없었다.

켄의 가족을 옮길 때는 백이강이 도와줬으니 가능했던 거지만……. 쳇, 이럴 줄 알았으면 펜디움의 좌표도 외워두는 건데.

“흠, 그래도 얻은 게 아예 없지는 않네.”

그나저나 그동안 나를 지켜보던 시선의 정체가 백이강의 부하라는 걸 알고 나니 마음이 놓였다.

어쨌든 암살자는 아니잖아? 차라리 다행일지도.

“……그런데 저 얼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누구더라?”

주인공이 아닌데도 낯이 익은 걸 보면 분명 비중이 꽤나 있는 조연일 터였다. 문제는 흐릿한 기억 탓에 이름을 알 수가 없었다.

하여간 판타지 소설은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니까.

“그냥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나을지도.”

끼익-

당사자가 바로 밖에 있는데 혼자 앓을 이유는 없었다. 직접 묻기로 결심한 나는 닫혔던 문을 살짝 열어 틈새로 고개를 내밀었다.

복도에는 또다시 적막만 흐르고 있었다. 푸른 눈의 남자도 어느샌가 사라지고 없었다.

이름 좀 물어보려고 했건만 고새 사라졌냐.

“저기, 근처에 있는 거 아는데 잠깐만 나와봐요.”

…….

창문이 없어서 불 리 없는 찬바람이 복도에 스산하게 휘부는 듯했다. 시린 고요가 무겁게 가라앉은 복도에서는 그 누구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안 나오면 나 또 탈출할 건데.”

“…….”

“마법으로 확 이동해 버릴 건데.”

두 번째 협박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여전히 지루한 눈으로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니까, 벽에서 말이다. 심지어 마법도 아니야……!

마치 마법처럼 굉장히 자연스러운 은신술이었다. 이래서 내가 시선을 느끼고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안 보였던 거구나!

누군진 몰라도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란 건 똑똑히 알겠다. 되도록 부딪치면 안 되겠는데.

“우리 통성명이나 합시다. 알다시피 댁네 주군께서 가둬 버린 신세라 심심해서.”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