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115화

0 0 0
                                    

“델시아, 여기!”

내가 작게 외치며 손을 흔들자 델시아가 해맑게 웃으며 달려왔다.

“도운아!”

이내 내가 있는 곳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그녀는 눈부신 금발을 가려주는 검은 로브를 살짝 벗더니 씩 웃어 보였다.

“아, 아니지. 이제는 황후 폐하라고 불러드려야 하나?”

새벽 달빛이 슬슬 저물고 있었다. 이른 시간에 조용히 도착한 델시아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섰다.

“그 호칭은 아직 적응이…. 그런데 왜 몰래 온 거야? 그것도 이렇게 이른 새벽에. 하일도 같이 봤다면 반가워했을 텐데.”

“…그 남자가?”

순간 화사했던 델시아의 낯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아, 제가 그만 말실수를.

“어… 그게….”

“나를?”

“…아닐지도.”

뒤늦게 말을 수습한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동안 델시아가 내게 보낸 편지를 백이강이 죄다 불태워 버렸다는 걸 알게 된 뒤로, 나는 두 사람을 화해시키는 것을 완전히 포기했다.

“아무튼 내가 이 시간에 온 건 다 이유가 있어. 북대륙에는 재밌는 결혼식 관습이 있는데, 혹시 알아?”

델시아의 물음에 뭔가 기억날 것 같기도 했다. 언젠가 안나가 북대륙에만 있는 결혼 관습이 있다고 말해줬던 것 같은데?

“식이 시작되기 전, 신부가 하루 동안 모습을 감추는 거 말이야!”

“아, 그거. 대충 듣기는 했는데….”

“딱 좋은 날이잖아? 혼인 전날에 휑하니 사라지는 신부라니! 심지어 국혼을 앞두고 말이야!”

생각만 해도 재밌다며 델시아가 까르르 웃어댔다.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차마 불안하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일이 알면 가만히 안 있을 텐데.”

“그걸 보려고 이러는 거야. 자, 내가 이미 다 계획을 짜놨어! 나만 믿어!”

어쩐지 불안한 델시아의 유쾌함에 제대로 붙들린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

* * *

“…청도운?”

오랜만의 일이었다. 일어났는데 곁에 도운이 없는 것은.

텅 빈 옆자리를 멍하니 훑던 이강에게서 다소 떨떠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항상 입까지 벌린 채 꿀잠을 자고 있거나 혹은 옆에서 잠들어 있는 저를 수상하고 음흉한 눈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지, 오늘처럼 아예 없는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린 도운의 행적에 이강의 미간이 사납게 좁혀졌다.

문밖에서 대기 중이던 아셀과 안나가 이강의 부름에 주춤주춤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전하, 송구하나 도운 님은 보지 못했습니다.”

안나의 말에 아셀 또한 본 적 없다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강은 네프론을 불렀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검은 로브를 깊게 눌러쓴 네프론이 기척도 없이 나타나 이강의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표했다.

“청도운은 어딨지? 너라면 봤을 테지.”

“……못 봤습니다.”

그런데 네프론 또한 같은 소리를 하며 더욱 깊게 고개를 숙였다. 어쩐지 앞의 공백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그래, 네가 못 봤단 말이지.”

졸지에 벌을 받듯이 침실 한편에 나란히 선 안나와 아셀, 그리고 네프론은 들리지 않는 신음을 삼키며 아찔한 눈을 감았다.

이 모든 일은 불과 1시간 전쯤 일어났다.

‘백이강에게 나 봤다고 말하지 마요. 그랬다간 평생 미워할 거니까.’

조심조심 침실을 나서던 도운은 안나와 아셀도 모자라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네프론을 향해 경고하며 아무 데나 삿대질을 해댔다.

네프론까지 끌어들이는 치밀함을 보인 도운은 그대로 황제궁을 빠져나갔다. 덕분에 세 사람은 이른 새벽 조용히 도망간 도운을 모른 척해야 했다.

To już koniec opublikowanych części.

⏰ Ostatnio Aktualizowane: Feb 04, 2023 ⏰

Dodaj to dzieło do Biblioteki, aby dostawać powiadomienia o nowych częściach!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Opowieści tętniące życiem. Odkryj je ter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