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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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 청도운 님을 침실에 가두신 건 전부 청도운 님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나를 감금하는 게 지키는 거라고요?”

무슨 개소리를 저렇게 그럴듯하게 하냐. 이건 범죄라고요, 이 정신 나간 인간들아.

“전하의 침실에는 외부 마력을 차단하는 특수 결계가 쳐져 있습니다. 이 황태자궁에서 수상한 힘을 사용하는 2황자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유일한 곳입니다.”

내 표정이 불신으로 가득 찬 것을 본 아셀은 자못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뭐야, 그런 결계가 있었어? 딱히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잠시 정신을 집중한 채 가만히 주변을 살피자 묘하게 얇고 단단한 막이 공간을 에워싸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얄따랗지만 굉장히 섬세하고도 실속 있게 짜인 방어막이라 지금처럼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였다.

물론 황태자궁 전체를 둘러싼 것도 강한 편이지만, 침실에 추가로 덧대진 것은 그것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단단한 결계였다.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눈치채기 힘들겠어.

그나저나 2황자랑 내가 여기 감금된 거랑 무슨 상관인데? 피엘은 나한테 적당히 관심 있는 정도가 아니었나?

“그거, 꼭 2황자가 내 목숨이라도 노린다는 말처럼 들리네요.”

“예, 맞습니다.”

“하하…… 그렇게 바로 인정하니까 왠지 내 감금이 타당하게 느껴지는데.”

단칼에 고개를 끄덕인 아셀 덕분에 몰랐던 진실을 두 개나 알게 되었다.

첫째,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피엘이 생각보다 내게 무척 관심이 많다는 것.

이건 아마 최근 숲 복구 사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추측이 맞다면, 날 죽이려는 게 아니라 회유하려는 거겠지.

물론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죽이려고 하는 걸 수도 있지만, 피엘은 그렇게 단순 무식한 편은 아니니까.

그리고 이건 주인공 중 한 명의 소원을 들어주고 감사 인사를 받아야 하는 나로서는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게 피엘이 이유 없이 날 원하는 건 아닐 테니 말이다.

오히려 생각이 많은 백이강보다 피엘이 좀 더 단순한 편이니, 감사 인사를 더 쉽게 이끌어낼 수도 있었다.

둘째, 마찬가지로 의외인 일인데, 생각보다 백이강이 나를 보호하는 데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는 것.

이건…… 분명 계약 때문이겠지. 평소에도 백이강은 내 신변을 보호하겠다는 조항에 충실하고자 하는 편이니까.

이건 딱히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덕분에 백이강이 계약 조항에 꽤나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뭐, 일단 오늘은 얌전히 있을게요.”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쨌거나 나를 보호하겠다는 사람에게 반항적으로 굴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백이강이 이토록 나를 숨기려 한다는 걸 피엘이 모를 리 없기도 하고.

계획적인 피엘 성격대로라면 아마 어떻게든 나와 접촉하려 들 거다.

더군다나 백이강의 결계 속에 있는 나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테니, 지금쯤이면 이토록 존재감이 옅은 결계의 존재에 관해 그쪽도 알아차렸을지도.

* * *

자그맣게 열린 창문의 좁은 틈으로 검은 새가 조용히 날아들었다. 푸드덕대는 소리도 없이 방으로 들어온 새는 제 주인이 뻗은 팔 위로 우아하게 올라섰다.

이윽고 새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아직도?”

그를 본 피엘의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새가 청도운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지 오늘로써 어언 이틀째였다.

미약하게나마 기대를 품었던 백금색 동공이 실망에 잠겨 검은빛을 띠었다. 가라앉은 눈동자 안으로 바닥난 인내심이 속속들이 들어찼다.

청도운이 좋아한다는 것을 몽땅 사다가 안겨줬더니,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날 이후로 청도운은 온데간데없이 모습을 감췄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