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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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길 원하냐니.

그걸 왜 내게 묻냐고 따지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말이 선뜻 나오질 않았다.

“……내가 그렇다고 해도 멋대로 할 거면서.”

끝내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아이들이 흔히 보이는 투정 비스름한 것이었다.

그러자 백이강이 나직하게 웃었다.

아주 짧고, 작은 소리였지만 선명하게 들렸다. 그건 분명 기분 좋은 웃음소리였다.

“하하, 맞아.”

입가의 웃음이 미처 다 지워지기도 전에 백이강은 다시금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나랑 결혼하자, 청도운.”

말을 마친 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대충 보아하니 손바닥보다 조금 더 작은 상자 같았다.

헉…… 설마 반지? 청혼의 클리셰라는 그 다이아 반지?!

하지만 그가 상자를 열자 보인 것은 웬 귀걸이였다. 그것도 한 쌍이 아닌, 한 짝.

녹색의 옥구슬이 물방울 형태로 빚어진 귀걸이였는데, 겉은 분명 깨끗하고 새것 같았지만 묘하게 세월이 느껴지는 기이한 액세서리였다.

특출나게 예쁜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눈이 갔다. 꼭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백이강은 귀걸이를 조심스레 꺼내더니 직접 달아주려는 듯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차마 ‘잠깐’이라는 말도 튀어나오질 않았다.

어쩔 줄 모르고 그만 굳어버린 내게 백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와 손수 귀걸이를 걸어주었다.

가까워진 거리 사이로 백이강의 잔잔한 숨소리가 은근하게 들려왔다.

“절대 빼지 마.”

명령이 아닌, 애절한 부탁같이 들리는 그 오묘하고도 단단한 목소리에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너무 가까워서, 그래서 입을 열면 정신이 빠질 것처럼 뛰어대는 심장 소리를 들킬 것만 같았다.

결국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긴장돼?”

뻣뻣하게 굳은 나를 알아본 건지, 백이강은 귀걸이를 걸어주었음에도 거리를 벌리지 않은 채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 말을 흘렸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내 뒷덜미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의 차가운 손이 뜨거운 부위에 닿자 나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다분히 고의적으로 내 목을 어루만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에 서둘러 입을 열었다.

“이, 이게 뭐야?”

“내 성의.”

기다렸다는 듯 곧장 돌아오는 대답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자 단번에 시선이 마주쳤다.

속을 알 수 없는 제비꽃색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이 왠지 모르게 울적해 보였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최선.”

대체 이게 뭐길래 그런 표정을 짓는 걸까. 그냥 물어보는 되는 일이건만, 묻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빼지 마.”

그 낯선 얼굴에 시선을 뺏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백이강이 정신 차리라는 듯 살며시 내 뺨을 붙들었다.

“대답해야지.”

“……응.”

마지못해 답하자 그제야 그의 굳은 입가가 부드럽게 풀렸다.

귀걸이에서 특별한 다른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법 같은 건 걸려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는 건, 정말로 그냥 평범한 귀걸이라는 소린데…….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귀걸이를 준 사람이 백이강이다 보니 ‘평범한 선물이구나’ 하고 가볍게 넘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언제, 어떤 때라도 의미 없는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 더욱 그러했다.

펑!

그런 와중에도 블루와 레지의 눈물 나는 노역…… 아니, 불꽃놀이는 계속되고 있었다.

마법이라서 그런지 평범한 불꽃처럼 금세 사그라지지 않고 좀 더 오랜 시간 빛을 내다가 연기도 없이 깔끔히 사라졌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Nơi câu chuyện tồn tại. Hãy khám phá bây gi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