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1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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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금쯤이면 기사들의 유도를 통해 전부 대피했을 테니 피해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겁니다. 분부대로 지원을 늘렸으니 관련하여 소식이 있는 대로 보고하겠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백이강이 내린 지시를 착실하게 이행한 두 사람은 차근히 보고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여태 가만히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있던 백이강이 갑자기 수건을 떼어냈다.

“백이강! 지금 뭐 해?!”

“나는 내성이 있어서.”

무슨 미친 소리야? 아셀이 조심하라고 말한 지 5분도 안 지났는데!

하지만 백이강은 정말 괜찮다는 듯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 모습이 지나치게 이질적이었다.

악마에 의해 강화된 아킬라는 내성이 있는 백이강이라도 분명히 작용할 거다.

애초에 백이강에게 통하지 않을 독이었다면 피엘이 지금 시점에 써먹지도 않았을 테니까.

“말도 안 돼.”

그러니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게 말이 되려면 하나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피엘에게 깃든 악마보다 더 강한 악마의 힘으로 대항하는 것. 그렇지 않다면 강화된 아킬라는 백이강에게 반드시 해를 끼칠 수밖에 없다.

“이만 움직이지. 이곳에 오래 있을 이유는 없어.”

“예, 전하.”

백이강에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아셀과 안나는 말없이 뒤를 따랐다. 일단 그의 말대로 여기서 따져봤자 달라질 것은 없을 테니….

어디로 가나 했더니, 도착한 곳은 황제궁이었다. 제대로 무장한 황군이 입구에서부터 빼곡하게 서서 궁을 지키고 있었다.

“도운 님, 여기서부턴 손수건을 떼셔도 됩니다.”

“그러네. 여기는 독 가루가 없네?”

안나의 말에 조심스레 손수건을 떼니, 본궁과 달리 독이 섞이지 않은 맑은 공기가 느껴졌다.

“독이 퍼진 곳은 대체로 본궁 쪽이라서요. 황제궁은 괜찮습니다.”

하긴, 생각이 있는 놈이면 제 아버지가 거주하는 궁에까지 독을 뿌리진 않았겠지.

목석처럼 우뚝 서 있던 황군들은 백이강이 지나가자 도미노처럼 고개를 숙였다.

황제의 침실까지 당도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윽고 침실의 문이 열리자 안쪽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피엘과 이안, 그리고 황의 몇몇과 시종들이 방 안에 있었다.

본래라면 무기를 지닌 아셀과 안나는 밖에서 대기해야 했다. 그러나 백이강은 두 사람을 물리지 않고 안쪽으로 들였다. 그를 본 피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례합니다. 감히 폐하의 처소에 무장한 호위를 들이다니. 형님께서 정신이 나가신 모양입니다.”

응? 피엘… 쟤 왜 저래? 아무리 경우 없는 놈이라지만 그래도 면전에서 막말을 하는 놈은 아니었을 텐데. 저것도 악마의 영향인가?

하지만 백이강은 개의치 않고 침상에 누워 있는 황제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황제의 숨이 용케도 아직 붙어 있는 모양이었다.

“…태, 자. 이리… 가까이.”

띄엄띄엄 들리는 황제의 가냘픈 목소리가 고요한 침실을 울렸다. 백이강은 기꺼이 허리를 숙여 죽어가는 황제의 입가로 귀를 기울였다.

“…의, …광을. ….”

황제의 목소리는 굉장히 흐릿하여 내가 있는 곳까지 들리지는 않았으나, 근처에 있던 황의들은 그 소리를 듣고는 애처로운 눈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백이강이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눈을 감은 황제의 얼굴을 잠시간 내려다보던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펜디움의 영광을 내게 맡긴다고 하시는군.”

속을 알 수 없는 눈으로 주변을 느릿하게 훑던 백이강은 짧게 숨을 고르곤, 재차 입을 벌렸다.

“부황께서 붕어하셨다.”

침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의도적으로 열어둔 문 같았다. 백이강이 한층 키운 목소리로 황제의 서거를 말하자 문밖에 있던 황군이 일제히 무릎을 꿇는 소리가 들려왔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