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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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제부터? 설마 처음부터는 아니지?”

“음, 처음부터는 아니고… 글쎄요, 두 번째부터였나.”

윽. 결국은 그게 그거 아니야? 처음이나 두 번째나!

솔직히 처음에는 조심한답시고 거의 흡수하지 았았으니 모르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두 번째도 그리 큰 차이는 없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알아챈 거야?

내가 이안이었다면 누군가 내 힘을 몰래 빼먹고 있었다는 사실에 화부터 났을 거다. 아마 알게 된 즉시 전후 사정을 추궁하려 들었겠지.

이게 정상 아닌가? 이안은 어떻게 저리 침착할 수가 있지?

아무리 백이강과 관련되었음을 알았다고 해도… 아니, 그러면 더더욱 차분할 수 없지 않나?

머릿속이 혼란했다. 반면에 이안은 조금도 기분 나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진실을 알게 된 내가 놀라는 것을 즐기는 얼굴이었다.

“알면서 왜 말하지 않았어?”

그가 워낙 담담해서일까, 잠시 당황했던 나도 천천히 평소의 분위기를 되찾았다.

넌지시 이유를 묻자 이안은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좋아서요.”

그러더니 툭, 간결한 답을 뱉었다.

주어가 없다 보니 이해가 힘들었다. 말하지 않은 이유가 ‘좋아서’라니. 뭐가 좋단 건데?

“응…?”

전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스르르 고개를 기울이자 이안이 다시 한번 웃었다.

“도운 님이 저와 손을 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같이 밥도 먹고, 선물도 받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거든요.

나직하게 뒷말을 흘린 이안은 슬며시 탁자 위에 놓인 꽃병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저번에 내가 이안에게 선물했던 시들지 않는 꽃이 있었다.

“사실 마음 같아선 끝까지 모르는 척, 계속 만나고 싶었습니다. 도운 님이 저를 통해 목적을 이루시는 그날까지요.”

“…이안.”

“하지만 그럴수록 도운 님은 전하의 곁을 오래도록 맴돌게 되겠죠.”

왜 갑작스레 사실을 밝히나 했더니, 때마침 이안이 그 이유를 말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한데? 누가 누구 곁을 맴돈다는 거야.

“잠깐, 이안. 뭔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나는 전하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지금은 그렇겠죠.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이안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그의 모습에 나는 그저 입술만 달싹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원작에서도 이안이 목소리를 저렇게 낮게 까는 묘사는 별로 나오지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더 낯설게만 느껴졌다.

“왠지… 전하의 곁에 있으면 안 된다는 말 같네.”

내 말에 이안이 가볍게 고개를 주억였다.

“전하께선 모두의 벽이자, 하나의 별이십니다. 누구도 넘을 수 없고 그보다 화려할 수도 없죠. 온전히 가질 수도, 기댈 수도 없는 분입니다.”

이안의 뜻은 확고했다. 그래서인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당혹감만 깊어졌다.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은 전혀 몰랐는데.

“그러니까 네 말은, 성력을 준 이유가 내가 전하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거야?”

“그동안 성력을 드린 건 제 욕심이었고, 방금 드린 건 도운 님을 위해섭니다.”

이안은 간단히 내 말을 정정했다. 그런데 묘하게 결론이 같은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데… 내 착각인가.

“그거, 전하와 거리를 두라는 말로 들리는데.”

“어디까지나 도운 님을 위한 조언일 뿐,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는 내가 정확히 속내를 짚은 듯했다. 이제 내가 궁금한 건 단 하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대충 알겠어. 그런데 내가 네 성력을 전하께 쓴다는 건 어떻게 안 거야?”

최종 난제였다. 정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