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108화

2 0 0
                                    

같이 가자니….

이건 악마가 아닌, 진짜 피엘이 내게 제안하는 것이었다.

차라리 악마가 저랬다면 무슨 속셈이냐고 묻겠는데 말이지. 피엘이 저러니까 할 말이 없었다. 그 야망 가득하던 놈이 실패를 인정하고 떠날 생각을 했다니.

심지어 나까지 데려가겠다니. 이해는 안 가지만 굉장히 뜻밖이었다.

“나를 왜?”

“그야, 넌 재밌으니까. 형님이 널 아끼는 것도 그래서겠지. 너 같은 놈은 본 적이 없어. 그러니 갖고 싶어. 황위를 갖지 못한다면 너라도 가져야겠어.”

내가 무슨 물건이냐, 갖고 말고 하게?

그런데 내가 여기서 싫다고 하면 백이강을 죽이고 황제가 될 생각인가?

뭐, 애초에 악마가 그러라고 판을 깔아준 것 같긴 하다마는.

“싫-”

“만약 거절한다면.”

어느새 피엘의 손에 날카로운 검이 들려 있었다. 섬뜩하게 빛나는 칼끝이 그의 발치에 쓰러진 백이강의 가슴께를 향해 겨누어졌다.

“형님을 죽이고, 내가 황제가 되는 수밖에.”

예상한 바가 딱 들어맞으면 보통은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지금은 영 별로였다.

그러니까 지금 결론은… 나더러 선택하라는 거지? 본인의 삶을? 무슨 이런 중요한 걸 남한테 덥석 맡겨?!

저 또라이가 가면 갈수록 정신 나간 소리를 하네. 이쯤 되면 차라리 악마가 더 이성적이지 않냐?

그때, 피엘의 손등에서 새하얀 마법진이 반짝였다. 켄이 봤다던 문양이 저것인 듯했다.

일단 외부적으로 나는 아직 피엘이 악마와 계약했다는 걸 모르는 입장이니까…. 슬슬 알아차린 척을 해줄까? 그래야 저쪽도 속내를 제대로 드러내겠지.

“자, 잠깐. 당신 설마… 악마와 계약한 거야?”

내 말에 피엘이 제 손등을 흘긋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계약? 그게 언제 적이더라.”

“너, 피엘 데르지오 맞아?”

“글쎄…. 마법사님이 보시기엔, 내가 누구 같습니까?”

피엘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다시 악마가 그의 몸을 장악한 듯 보였다.

그런데 이건 꽤 이상한 일이었다.

악마가 숙주의 몸을 이렇게 빠른 시간에 장악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피엘도 퍽 악착같은 면이 있는지라 정신력이 그렇게까지 약하지는 않을 텐데.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 가련한 황자께서는 원하는 게 많더라고. 황제도 되고 싶어, 마법사도 갖고 싶어. 만들어낸 그림자가 아닌, 날 위해주는 진짜 호위도 갖고 싶어.”

간간이 들려오는 깔깔 웃는 소리가 꼭 여자아이 같기도, 성인 남자의 묵직한 웃음소리 같기도 하여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꼭 공포 영화라도 보는 기분이네.’

티켓 반납할 테니까 나 좀 내보내 줘! 악마니 뭐니, 그런 거 진짜 딱 질색이라고…!

내 안색이 하염없이 창백해지는 와중에도 악마의 입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전부 하일 데르지오가 가진 것을 탐내는 것뿐이더라. 그래서 거래를 했지.”

“…거래?”

“황제와 마법사를 손에 쥐여 주는 대신, 몸을 빌려주기로.”

거래는 개뿔, 저건 영락없는 악마의 속삭임이다.

한번 육체를 차지한 악마가 그 달콤한 맛을 잊을 리 없었다. 생명이 담긴 피가 흐르는 인간의 몸은 육체가 없는 악마에게 최상의 조건, 그 자체였다.

그러니 순순히 몸을 돌려줄 리 없다.

“돌려줄 생각도 없으면서.”

“아아, 무슨 소리야? 악마에게 계약은 아주 중요한 거라고. 돌려주긴 할 거야. 언젠가, 이 유한한 몸뚱이가 쓸모없어지면 말이지.”

내 저럴 줄 알았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처음에는 좀 무섭나 했더니, 그냥 어디서나 볼 법한 멍청한 악마의 흔한 고집이라 맥이 빠졌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Kde žijí příběhy. Začni objevov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