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은 정찰 잘 하고 있대?”
일하고 있는 백이강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나는 그를 향해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바쁘게 움직이던 손이 우뚝 멈춰 섰다.
“아직까진 이렇다 할 전조 증상을 못 찾아냈다는군.”
“어쩌면 황실 기사단이 경비 도는 걸 보고 도망갔을지도?”
“고작 그런 걸로 물러설 놈들은 아니다.”
덤덤한 얼굴로 내 말을 받아친 백이강은 단칼에 희망을 부정했다.
그런데 ‘그런 걸로 물러설 놈들’이 아니라니…… 내가 그 테러 집단이 누구라고 말해준 적이 있던가?
아마 없을 텐데. 그럼 쟤는 그걸 어떻게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거지?
“근데 이강아, 너 그놈들이 누군지 알아? 어떻게……?”
“현 황권의 대항 세력은 그 주축이 늘 한결같으니 모를 수가 없다.”
추측인 듯하나, 거의 확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범인이 누구라고 콕 짚어주고 싶긴 하지만, 그런 것까지 전부 알려주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수 없게 되니 내게 불리한 선택이다.
내가 원작의 흐름에 개입한 이상, 모든 것이 내 예상대로 똑같이 흘러가리라 장담할 수 없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백이강은 여느 날과 같이 바빴다. 그럼에도 내가 물음표를 던지는 족족 무뚝뚝한 답변이 곧잘 들려왔다.
가만 보니 백이강, 지금 내가 말 거는 거 되게 귀찮아하고 있는 것 같은데. 표정은 아까랑 똑같지만 왠지 느낌이…… 기분 탓인가?
“이강아, 나 귀찮아?”
“별로.”
근데 물어보면 아니라고만 하고. 아무튼 이상하다니까.
“아셀, 나 물 마시고 싶은데, 컵 좀 줄래요?”
“예.”
고개를 끄덕인 아셀은 컵에 물을 따르더니, 별안간 한 모금을 들이켰다.
“……아셀, 지금 뭐 해요?”
내가 감금되어 있는 동안, 아셀은 내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을 손수 검사했다.
2황자가 나를 노리고 있으니 내게 닿는 모든 것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그게 물도 포함이었냐고요…….
“물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그건 알겠는데, 굳이 마셔볼 건 없지 않아요? 그래봤자 물인데.”
“색이 없는 맹독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히 말을 이은 아셀은 물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두 차례 더 확인하고 나서야 내게 컵을 건네주었다.
이거야 원, 기미 상궁이 따로 없네. 하다 하다 물까지 검사하다니. 이것도 과보호 아니냐고.
“그럼 아셀은요? 독이 있으면 당신도 위험하잖아.”
“저는 독에 내성이 있어 괜찮습니다.”
그러고 보니 황족들은 독에 내성이 있다고 했는데…… 하지만 아셀은 황족이 아니잖아?
“모든 독에요?”
“그건 아니지만, 괜찮습니다.”
저건 또 무슨 소리야. 말도 안 되는…… 맹독이 괜찮을 리가 없잖아! 환장하겠네!
그나저나 피엘이 날 죽이려고 했다는 게 사실인가? 하지만 난 아직 뭔가 한 게 없는데. 밉보일 일도 당연히 없을 테고.
설마하니 백이강의 곁에 있다는 이유로 아직 일면식도 없는 나를 죽이려고 할 리가…….
물론 전에 나도 비슷한 추측을 하긴 했지만 그건 그냥 ‘그럴 수도 있다’라는 거였다.
진짜 이런 이유로 날 죽이려 들 줄은 몰랐지……!
그 밖에도 짐작 가는 자잘한 이유야 여럿 있긴 하지만 그다지 설득력은 없었다. 이건 직접 당사자를 만나봐야 진실을 알게 될 듯했다.
과연 백이강이 내가 피엘과 만나게 둘지는 모르겠지만…….
“청도운 님께서 일전에 요청하셨던 마법부 방문 기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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