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반문하는 백이강의 표정을 좀처럼 읽을 수가 없었다.
보아하니 일단… 어이없는 건 아닌 것 같고. 화난 건가? 그렇다기에는 험악하게 꿈틀대고도 남았을 눈썹이 가만히 있고.
“그냥. 좋아하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궁금해서. 수치로 따진다면 대충 몇 퍼센트….”
“헛소리를. 아직 꿈결인가.”
자연스럽게 본론을 끼워 넣었다고 생각했건만, 아쉽게도 아닌 모양이다. 백이강은 서느런 얼굴로 흥미 잃은 시선을 뗐다.
쳇, 슬쩍 떠보려 했는데.
만일 백이강이 환산하는 애정의 수치가 시스템이 보여주는 것과 맞아떨어진다면, 그때 비로소 그가 설정된 대로만 움직이는 공략 캐릭터라는 걸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백이강이 내게 보이는 감정의 진정성을 의심할 일도 없어지겠지.
솔직히 나는 빙의 이래, 백이강이 설정대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못 믿고 있었다. 그리고 이를 확인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못 믿을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원작 전개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백이강이 원작 설정을 충실히 따른다고 말하기에는 아무래도 앞뒤가 맞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백이강이 나를 좋아한다면 시스템의 설정 때문이 아닌,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그런 마음을 품은 거라는 증거를 보고자 했다.
안타깝게도 바로 제지당했지만… 예상 못 한 건 아니니까 어쩔 수 없지.
하지만 그 와중에 하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썩 퉁명스럽게 말한 것치고, 백이강은 내게 잡힌 손을 뿌리치지 않고 있었다.
호오…. 가능하다면 키스 한 번만 더 해보면 안 되나? 혹시 알아? 5% 올라간 게 그것 때문일지.
다른 때라면 이런 말은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겠지만 이왕 말문 뗀 거, 끝까지 해봐?
“백이강.”
이번에도 백이강은 내 부름에 눈을 맞췄다.
이것 봐. 나한테 호감이 없으면 쟤가 순순히 쳐다볼 리가 없는데.
키스야 뭐, 연인이 아니더라도 쉽게 하는 세상이니까 깊은 의미를 둘 건 없지.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고작 키스 한 번 한 걸로 상대의 마음을 확정 짓는 건 너무 섣부른 일이었다.
하지만 부르는 족족 눈을 맞추는 건 묘하게 뜻이 다르단 말이지. 그것도 상대가 백이강이라면 더더욱!
우선 키스를 한 번만 더 해보면 감사 확률이 정말로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달라진다면 엄청난 발견을 한 거고, 아니면 뭐… 아쉽지만 아닌 거겠지.
“새벽에 했던 거 말이야. 한 번만 더 하자.”
일순, 그의 미간이 점점 거리를 좁혔다.
음. 저 표정은 내가 귀찮게 굴거나 쓸데없는 소리를 할 때마다 보이는 건데….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사실 스킨십이 감사 확률에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해야 한다면 굳이 백이강을 대상으로 할 이유는 없었다.
이안에게도 충분히 실험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애초에 백이강보다는 이안과 더 자주 스킨십을 했으니까 수월한 걸 따진다면 이안 쪽이 더 나을 거다.
게다가 백이강과는 같이 붙어 다니기만 했지, 실질적으로 스킨십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해봐야 손잡는 정도?
그마저도 불면증이 나은 뒤로는 침대에서 잘 때 스치듯 부딪는 것 말고는 거의 없다시피 했지. 그러니 스킨십이 감사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면 수치가 낮은 게 이해가 간다.
반면 이안과는 딱 달라붙어서 산책도 자주 했고, 목적이 있었을지언정 손도 주물주물 오래 잡고 있었고….
그런 것 때문에 이안의 감사 확률이 높았던 거라면 그 수치가 충분히 납득이 갔다.
피엘과도 만날 때마다 은근히 터치가 많았으니 그의 수치가 높았던 것도 마찬가지로 생각할 수 있었다.
가만 보니 나, 백이강과 제일 가까운 것치곤 백이강과 제일 내외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