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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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히도 여유롭게 고민할 새는 없었다.

시스템창 하단에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폭탄 그림이 ‘치지직’ 하는 살벌한 소리를 내며 카운트를 세고 있었다.

으음, 뭔진 모르겠지만 보상안이 있다고 했으니 일단 받는 게 낫겠지? 안 그래도 개판인 상황에서 더 나빠질 건 없을 테니까….

빠르게 ‘예’를 누르자 시스템창이 화려하게 번쩍이더니, 이내 모습을 감췄다.

뭐야. 이대로 사라진 거야? 야, 시스템 당장 튀어나와! 내 보상안 어딨어?! 알려준다며!!

물에 솜사탕을 씻은 너구리처럼 어이가 없어진 내가 매섭게 성을 내자 조그마한 시스템창 하나가 슬그머니 나타났다.

[SYSTEM: 추후 공개됩니다★]

왠지 뒤에 뭣 같은 게 붙어 있는 것 같은데…? 나, 이젠 하다 하다 시스템에까지 속는 거야?

물론 바로 알려준다는 말이 없긴 했다마는.

그렇지만 매번 이런 식으면 합리화하면서 넘어가긴 좀 슬픈데… 어쩔 수 없지.

슬쩍 옆을 바라보니 백이강은 델시아의 돌발 행동에도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 그저 따분한 눈으로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는 건… 이미 말이 끝났다는 건가.

“그러시죠.”

이안의 표정이 세상을 잃은 것처럼 무너졌지만 별수 없었다. 정 나를 붙잡고 싶거든, 너도 히든 퀘스트 내놓든가.

“다음에 뵙겠습니다.”

졸지에 나를 빼앗긴 두 황자에게 간결히 인사한 나는 델시아와 백이강을 따라 다른 응접실로 자리를 옮겼다.

백이강과 내가 나란히 앉고, 델시아가 그 맞은편에 앉았다.

문득 두 사람이 같이 앉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백이강은 물론이고 델시아 또한 자리를 옮길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대체 나는 왜 보자고 한 거지? 둘이 함께 움직이는 걸 보니 사전에 말을 맞춘 것 같긴 한데.

백이강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이는 델시아도 마찬가지였다. 시녀가 간단한 다과를 탁자 위에 놓고 응접실을 나가기까지 묘한 침묵이 지속됐다.

쿵.

마침내 시녀가 응접실의 문을 닫고 사라졌다. 적막 속, 가장 먼저 입을 뗀 것은 델시아였다.

“마법사님께선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갑자기 나이를 묻는다고…?

그녀의 말간 얼굴을 보니 다른 속셈이 있는 것 같진 않았다.

하필이면 델시아가 원작에서 워낙 빨리 죽어버려서 뭘 아는 게 있어야 말이지.

그치만 암만 나쁜 사람이라 한들 백이강만 할까.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스물다섯입니다.”

일순, 델시아의 녹색 눈 위로 이채가 번졌다. 지금까지 일국의 황녀답게 조용하고 고고했던 그녀의 태도와는 썩 거리가 있는 반응이었다.

“어머, 나돈데. 우리 동갑이네요. 말 놓을까요?”

곧이어 굉장히 당황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릴 들은 거야. 말을, 뭐 어떻게 하자고?

“…예? 음, 그래도 신분이….”

이런 순간은 처음인지라 당황한 티가 여실하게 드러났다. 그를 본 델시아는 샐쭉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어머, 고리타분해라. 우리끼리 있는데 뭘 그런 걸 따지고 그래?”

“너도 만만치 않아.”

“무슨 소리야? 나만큼 개방적인 여자가 어딨다고! 쯧.”

가만히 대화를 듣던 백이강이 미간을 좁히며 퉁명스레 말하자 델시아가 곧장 반박하고 나섰다.

티격태격하는 것이 상당히 자연스러워 보이는 게, 한두 번 다툰 것이 아닌 듯했다.

아니, 근데 이게 다 무슨 상황이야?!

기가 막혀서 말도 못 하고 입만 벌린 채 백이강과 델시아를 번갈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델시아가 나란히 앉은 나와 백이강을 빤히 바라보더니 작게 감탄했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Nơi câu chuyện tồn tại. Hãy khám phá bây gi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