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순간, 수많은 눈동자가 내 손끝만 보고 있다는 것이 여실하게 느껴졌다. 부담스러울 줄 알았는데 그저 즐거울 따름이었다.
내 능력을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보여준다면 누구도 더는 나를 낙하산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러니 이건 오히려 기회인 셈이었다.
거대한 마력이 하나의 작은 구(球)가 되어 손바닥 안으로 자그맣게 뭉치는 것이 느껴졌다.
마력은 곧 허공으로 높이 떠올랐고, 이어서 잘게 쪼개진 마력이 빛줄기가 되어 장대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땅 구석구석으로 무수히 떨어져 내렸다.
그리 오래 기다릴 것도 없었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 있던 새까만 나무들은 빛줄기를 받자마자 빠른 속도로 본래의 초록 빛깔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환한 태양 아래서 펼쳐지는 불꽃놀이 같아, 이질적이고도 신비로웠다.
아, 그런데…… 잠깐만.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마력이 더 많이 들어가네? 경력 빙의자의 특혜랍시고 마력 다루기에 능숙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실신했을지도.
-……운, 눈 떠.
-도운.
집중하느라 꽉 막힌 고막으로 무언가 웅웅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나는 좀 더 빠른 진행을 위해 그것을 무시하고 눈을 감은 채 시전 중인 마법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청도운!”
그때, 백이강의 목소리가 물안개에 묻힌 것처럼 흐릿하던 고막을 차갑게 일깨웠다. 덕분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느릿느릿 뜨자, 눈앞으로 싱그럽게 넘실대는 초록빛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잔뜩 들어찼다.
“허……? 이렇게까지 울창한 숲이라는 말은 안 했잖아!”
이러니까 마력을 엄청나게 먹지! 난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마력 소모가 큰가 했건만!!
나한테 이거 시킨 놈, 걸리기만 해봐라. 진짜 가만 안 둔다. 진짜다.
“이강아, 독초 정원은?”
“그쪽도 복구됐다. 그러니 그만해도 돼. 본래 녹지대가 아니던 곳까지 네가 숲으로 만들어놨어. 충분하다 못해 넘쳐.”
“하아, 다행이다…….”
백이강의 말에 안도의 한숨이 절로 터져 나왔다.
진실이야 어찌 되었든, 내가 나타나는 순간에 우연인지 뭔지 모를 이유로 불에 타버린 곳이니만큼 가슴 깊숙한 곳에 약간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로써 그 마음이 가벼워졌다.
“와, 도운이 대박.”
뒤늦게 차오르는 숨에 힘겹게 헐떡이고 있는데, 바로 뒤편에서 누군가의 경쾌한 감탄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오렌지색 머리칼을 가진 남자가 빙글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레지 선배?”
“저 넓은 숲을 단 몇 분 만에 복구하다니, 대단해! 나라면 반나절은 걸렸을 텐데, 역시 무서운 신입이라니까? 아니지, 이제 신입이라고 하면 안 되겠네.”
어울리지 않게 칭찬을 쏟아내는 레지였다. 그 옆에 있던 블루 또한 내 어깨를 토닥이며 한껏 격려해 주었다.
“그러게. 하뚝마는 다르네.”
“……하뚝마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법사’라는 뜻이야. 잘 기억해, 네 별명이니까.”
고개를 갸웃하자 블루는 웃으면서 또박또박 줄임말의 뜻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대체 언제부터 제게 그런 별명이 있었나요? 물론 갑자기 나타났으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앞으로 잘 부탁해, 청도운!”
“그래, 맞아. 이제 넌 진짜 황실 마법사야.”
블루와 레지는 기껍게 웃으며 내 손을 덥석 잡고 위아래로 격렬하게 흔들어댔다.
아……! 이제야 백이강이 블루와 레지에게 굳이 따라오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두 사람은 현 황실 소속 마법사이니만큼, 가장 먼저 나를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기존 황실 마법사들이 인정했으니, 더 이상 청도운의 능력에 의문을 품는 자는 없겠지,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