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이강은 사람의 외관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남이야 어떻게 생기든 말든, 일에 방해만 안 되면 그만이었다.
이는 도운이 대상이어도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처음 도운을 마주했을 때는 그저 덩치만 큰 애송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그랬는데…….
‘덩치에 비해 좀 지나치게 귀엽게 생기지 않았나?’
도운은 보통 사람들 사이에 섞어놓으면 금세 눈에 띌 만큼 훤칠하고 단정하게 생겼지만, 하는 짓이 애 같다 보니 가끔 웃기기도 했다.
흔히들 말하는 반전 매력이라는 말이 도운을 앞에 두고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누구 하나 쉽게 때려잡을 것 같은데 알고 보면 그 반대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도운에게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잊을 만하면 종종 황당한 소리를 하면서 말 같지도 않은 떼를 쓰곤 했으니까. 하나 그마저도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이강은 재지 않은 손길로 도운의 머리를 느긋이 쓰다듬었다. 부들부들한 갈색 머리칼이 그의 손가락 사이를 누비며 부드러이 흘러내렸다.
“으음….”
작게 뒤척인 도운은 살며시 눈썹을 찌푸렸으나 깨지는 않았다. 보통 이쯤 지분거리면 미적미적 눈을 뜨던데, 오늘은 술기운 탓인지 꽤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
“여기 온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래봤자 내 궁인 것을.”
쓴웃음을 입에 담은 이강은 테이블 위를 가로지른 도운의 손을 가만히 맞잡았다. 그러자 두 사람을 중심으로 새하얀 빛이 반짝반짝 모여들기 시작했다.
잠시 뒤, 이강이 눈을 한 번 깜빡이자 어느새 두 사람은 이강의 침실로 이동해 있었다.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도운을 흘긋 내려다본 이강은 묵묵히 도운의 자세를 고쳐주고, 이불까지 덮어주었다.
근래 들어 도운이 잊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이강도 마법사라는 점이었다. 당연히 순간 이동쯤은 쓸 줄 알았다.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으니 도운 앞에서 쓴 적은 없지만 말이다. 게다가 도운이 쓸데없이 흑마법을 쓰지 말라며 하도 신신당부를 해놓은 터라….
“네 일인데 쓸데없을 리가.”
작게 중얼거린 이강은 조금 벌어진 도운의 입을 손수 닫아주었다.
제 몸에 무슨 일이 생기든 말든 세상모르고 잠든 도운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자니 조금 전 안나가 했던 말들이 꿈결처럼 속속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전하께선, 도운 님께서 3황자 저하와 오밤중에 단둘이 데이트를 한다고 하면 기분이 어떠십니까?’
안 그래도 며칠 전, 도운이 이안과 황궁 정원을 거닐며 손을 잡고 있던 모습을 목격한 참이었다.
그때 기분이 어땠더라.
아, 그래. 청도운의 손을 잘라 버리면 함부로 아무나와 손을 잡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청도운이 도망가겠지. 썩 아쉬운 일이었다.
‘전하께서 도운 님을 많이 생각하고 계셨음을 살짝이라도 좋으니, 티 내주시면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도운 님은 영영 모르실 테니까요.’
티 냈다가 도망가게 하느니, 차라리 영영 모르도록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물론 도망가게 두진 않을 거지만.
싫다고 울며불며 화를 내도 어떻게든 옆에 붙여둘 생각이었다. 껍데기든 뭐든, 곁에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이걸 티 내라니… 제가 생각해도 미친 짓이었다.
“넌 아직 날 위해 해줘야 할 일이 많아.”
잠든 도운의 뺨을 천천히 쓸어내리자 따뜻한 감촉이 보드랍게 이강의 손끝을 간질였다.
만찬 중 의도적으로 입을 맞췄던 이마에도 조심스레 손을 대자, 삐죽 튀어나온 잔머리가 손가락을 건드렸다.
‘전하… 계속 그러시다간 도운 님께서 전하를 싫어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네가 날 아무리 싫어한다 해도 놓아줄 수 없어.”
차마 ‘아직은’이라는 말이 뒤따르질 않았다. 이후의 마음을 확신할 수 없어서일까. 지금은 그것까지 알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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