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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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이강아. 내가 원래대로 복구할 수 있어.”

“이미 많은 제국민이 봤어. 그러니 복구는 소용없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럼 번개가 치기 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 물론 영역이 넓어서 성공할 거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보는 게…….”

다급히 해결책을 늘어놓고 있는데, 문득 백이강의 시선이 사납게 나를 흘겼다.

“안 돼.”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는 듯 명료하고도 단호한 거절이 돌아왔다.

까맣게 물든 그의 자안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선이 뚜렷한 백이강의 얼굴 위로 투명하게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느릿했다.

“뭣들 하나? 치우지 않고.”

“예, 전하.”

눈치를 보며 머뭇대던 황실 기사단은 백이강의 명이 떨어지고 나서야 분주히 움직이며 부서진 동상의 잔해를 치우기 시작했다.

“청도운, 마지막으로 말하지. 황궁으로 돌아가.”

“그 전에 이유나 좀 듣자. 내 힘을 빌리지 않으려는 이유.”

“마탑은 황실 마법사를 좋게 보지 않아. 너희는 마탑의 통제를 받지 않으니까. 그러니 여기서 마법을 쓰는 건 위험해.”

백이강의 말은 이러했다.

마탑은 본인들의 휘하에 놓이지 않아 통제받지 않는 황실 마법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렇게 사방이 트인 바깥에서 거대한 마법을 쓴다면 마탑이 내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즉, 이 또한 나 때문이라는 뜻이었다.

아니…… 잠깐만. 나 왜 이렇게 골칫덩어리가 된 기분이냐. 이거 기분 탓 아닌 것 같은데.

“지금 그딴 게 중요해? 동상이 파괴됐어. 심지어 황실 기사단까지 대동했는데……. 황제의 질책을 피할 수 없을 거야.”

원작에서 황제는 시름시름 앓다가 전개가 중반부로 넘어가기 직전에 죽는 일회성 인물이었다.

조연인지라 등장이 잦은 편은 아니었다. 다만 개성이 강한 아들들을 둔 황제이니만큼, 그 또한 마냥 선하고 다정한 성격은 못 됐다.

그러니 아무리 백이강이라도 황제에게 한 소리를 듣는 건 원치 않을 텐데.

하지만 백이강은 그다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

“난 중요해. 넌 아직 만나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마탑의 마법사들은 상식이란 게 없는 놈들이야. 그런 놈들에게 널 잃을 순 없어.”

백이강의 입에서 나오는 타인 중에 상식이 있는 놈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원작에서는 마탑의 마법사가 비중이 크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마는…… 어휴. 어딜 가나 정상이 없냐.

“잃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못 알아들어? 나는 이깟 동상보다 네가 더 중요하다고.”

또박또박 날아드는 말소리가 어쩐지 비에 젖어 축축했다. 잃을 수 없다니, 당장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건, 무엇이 되었든 백이강에게 내가 그보다 더 중요하면 안 된다는 거다.

나는 단지 그가 황제가 되기 위해 이용할 뿐인 수단이니까.

“아셀, 청도운을 궁으로 데려가라.”

“예, 전하.”

태연한 표정을 보인 백이강은 내가 무어라 대답할 틈도 주지 않은 채 내 등을 아셀 쪽으로 밀어버렸다.

아셀은 내가 도망칠 것 같았는지 내 어깨를 굳게 붙들었다. 빗물에 푹 젖은 내 재킷 위로 아셀의 단단한 손이 닿았다.

기운 빠지고 황당해서 웃음도 안 나오네. 여기서 내가 도망갈 곳이 어디 있다고 그래.

“아셀, 나 도망 안 가니까 그렇게 경계할 거 없어요.”

“……죄송합니다. 그보다 돌아가면 곧장 씻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또다시 감기에 걸리신다면 힘드실 겁니다.”

아셀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슬쩍 고개를 돌리자 기사들 틈에 섞여 있는 백이강이 눈에 들어왔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Nơi câu chuyện tồn tại. Hãy khám phá bây gi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