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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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 나름대로 빙의 짬밥을 쌓아가며 새겨둔 원칙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특별히 유념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죽음과 결혼은 피하자’다.

사실 나는 좋게 말해 ‘빙의자’인 거지, 솔직히 베타 게임의 사전 플레이어와 별다를 것 없었다.

정식 버전이 아닌 이 베타 세계에서 죽음을 맞는 순간, 모든 것은 초기화된다.

백업? 없어요. 저장? 없어요.

일회성 서버와 같은 이 뭣 같은 곳에서 사망한 이후에는 또다시 개고생을 하며 억겁의 시간을 견뎌 다시 한번 엔딩을 봐야만 했다.

결혼은 위 맥락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러니까, 좀 더 나쁜 쪽으로.

이곳의 나는 말 그대로 ‘빙의자’였다. 다시 말해,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물질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었다.

그런 내가 원작의 주인공과 결혼을 한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전개고, 있어서도 안 될 사건이었다.

무엇보다…… 결혼을 하면 내가 원작에 ‘존재’하게 된다.

즉, 현실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영원히.

* * *

“아으…… 허리야.”

왜 이렇게 허리가 아프냐.

아직 잠에 겨운 뻣뻣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자 세찬 빗물이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우중충한 하늘이 보였다.

설마 비가 와서 허리가 아팠나? 며칠 내내 날씨 좋더니만 왜 갑자기…….

“청도운 님, 일어나셨습니까?”

“헉, 깜짝…… 누구세요?”

새벽 3시부터 일찍이 집무실로 간 백이강 덕분에 침실에는 나 혼자였다.

잠 없는 그와는 달리 내겐 너무 이른 시간이라 좀 더 자다가 집무실에 가기로 한 탓에 나는 아직 침대였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방에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참에, 난데없이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니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동그랗고 커다란 안경을 쓴 까만 눈에 초록색 머리를 질끈 묶은 시녀가 서 있었다.

안경 아래의 콧잔등 위로 별처럼 쏟아진 주근깨가 퍽 사랑스러운 시녀였다.

더불어 체구가 한참 작아서인지, 그녀가 조용히 있는다면 깜빡 존재를 잊는 실수를 할 것만 같았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저는 황태자 전하의 전속 시녀, 안나라고 합니다. 휴가를 갔다가 오늘 새벽에 복귀했답니다. 청도운 님에 대한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햇살처럼 부서지는 유쾌한 웃음소리가 더없이 해맑았다.

세상에, 시녀라니? 심지어 전속 시녀야! 이제까지 황태자궁에서 시녀는커녕 사람이 있는 꼴을 본 적이 없는데……!

그보다 이번에야말로 원작에서 한 줄조차 나오지 않은 리얼리티 조연을 만나게 됐네.

이 사람이 바로 백이강이 흑마법사로 타락하는 과정에 휘말려 죽었다던 ‘수많은 애꿎은 사람’ 중 하나려나?

미래야 어찌 됐든 당장 이 삭막한 궁에서 대화가 가능한 유일한 사람이라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아, 진짜 없던 눈물이 다 나려고 하네.

“전속이시라니, 꽤 오래하셨나 보네요?”

“으음, 시녀 일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요. 사실 저는 황태자 전하의 전직 그림자 호위였답니다. 부상을 입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되었지만요.”

머쓱하게 웃어 보인 안나는 꽤나 거창한 사정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전직 그림자였다니, 왜소한 체구 때문에 상상도 못 한 일인데…….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구나.

“그럼 앞으로 자주 뵙겠네요. 잘 부탁드려요.”

“네! 저는 오늘부터 전하의 명으로 청도운 님을 모실 예정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뒤이어 들려온 안나의 말에 또 한 번 놀라야 했다. 나를 뭐 어쩐다고? 모셔……? 왜……? 당신, 백이강의 전속 시녀라면서요?

“저를 왜요……?”

“전하의 명입니다. 그보다 말씀 낮추세요. 저는 어디까지나 시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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