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1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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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우람한 자태에 의문을 품은 하객들의 웅성거림이 선명하게 귓가로 날아들었다. 그와 함께 내 속도 지글지글 타들어갔다.

‘미치겠네…! 이러다 들킨다고!’

터질 듯한 긴장감에 아랫입술을 꾹 깨물던 그때였다.

쿠당탕!

단상에 서 있던 황제가 갑작스레 쓰러지며 묵직한 소음을 냈다.

“꺄아악!”

“폐하!!”

누군가의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정갈하던 식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던 하객들의 눈은 온통 쓰러진 황제를 향해 꽂혀 있었다.

앉아 있던 이들은 전부 일어나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사태를 파악하려 했고, 서 있던 이들은 어수선해진 장내와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통제하느라 손과 발이 바빠졌다.

그도 모자라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무장한 기사들이 우르르 밀려 들어오자 심약한 귀족 여성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윽, 베일을 벗어야 하는데. 너무 눌러썼어!’

황제가 쓰러졌으니 아셀과 안나의 말대로 백이강에게 가야 하는데, 망할 베일이 벗겨지질 않아서 그가 어디에 있는지 통 알 수가 없었다.

뭐가 보여야 가지, 보여야! 무슨 리본을 이렇게 꽁꽁 묶어놨어? 돌겠네…!

게다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어 있던 백이강과 나 사이에는 무슨 상황인지도 모른 채 덜컥 겁을 집어먹고 도망가려는 이들이 가득했다.

누군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황제가 피살당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그럴 만하다. 나도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에 흠칫했으니까.

어쨌거나 베일을 벗기 위해 머리 쪽으로 손을 휘적이는데, 순간 웨딩드레스에 남이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 벗지 못하는 마법이 걸려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거, 베일에도 적용되는 거였어?! 그런 말은 없었잖아!

설마, 하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베일과 드레스는 한 세트잖아!’ 하며 까르르 웃는 망할 레지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이 미친 주황 머리 마법사! 만나기만 해봐, 진짜 가만 안 둬!!

깊은 분노를 느낀 내가 베일을 벗기 위해 어지러운 인파 속에서 끙끙대던 순간, 누군가 내 손목을 잡았다.

“어엇…!”

예고 없는 접촉에 당황한 내가 주춤댔지만, 나를 잡은 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복잡한 인파를 뚫으며 능숙하게 길을 내기 시작했다.

뭐지, 백이강인가?

이 혼란한 상황 속에 나를 데려갈 사람이 백이강 말고 더 있나 싶어 안심하며 얌전히 끌려가려던 그때였다.

‘손이 따뜻해…?’

이상한 일이었다. 백이강의 손은 이렇게 따뜻하지 않은데. 내가 기억하는 백이강에겐 온기가 없었다.

물론 말이야 온기가 닿았네 마네 하곤 했지만 상투적인 비유이고, 실상 그의 체온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마치 얼음장처럼 차가운 백이강의 손에 익숙한 내게 이토록 따뜻한 ‘진짜 온기’가 감도는 손은 낯설다 못해 당황스러웠다.

그렇다는 건….

‘이 사람, 백이강이 아니야.’

다소 섬뜩한 진실을 깨닫자마자 나는 보이지도 않는 누군가의 손을 홱 뿌리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무슨 수를 써도 벗겨질 기미가 없던 베일이 훌러덩 벗겨졌다.

마법의 타개 조건인 타인과의 접촉이 있었기에 벗겨진 듯했다.

“뭐야, 어디 갔어?”

그런데 막상 시야가 확보되고 보니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방금까지 내 앞에 있던 누군가의 모습은 홀연히 사라지고 없었다.

분명히….

“…피엘인 것 같았는데.”

만약 내 예상이 맞다면 생각보다 시답잖은 발악이라는 평가를 내릴 생각이었다.

내가 아는 피엘이라면 이 번잡한 틈을 타, 좀 더 무리한 수를 써서라도 백이강을 죽이려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그가 선택한 건 백이강이 아니라 나였다. 그리고 이건 대단히 이상한 일이었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Tempat cerita menjadi hidup. Temukan sekar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