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자는 이런 엔딩이 싫습니다! 9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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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아르테 측이 준비한 티파티는 본궁 옆의 야외 정원에서 열렸다. 백이강과 나는 준비를 마치자마자 그곳으로 걸음을 서둘렀다.

오전 내내 보이지 않던 안나는 아셀처럼 얼굴에 약간의 상처를 단 채 돌아와서는 곱게 접힌 쪽지를 내밀었다.

“도운 님, 낮의 일은 전부 전해 들었습니다. 여기, 황녀께서 보내신 아르테 황성의 좌표예요.”

“응, 고마워. 그런데 아침에 어디 갔었어? 아셀만 보이던데.”

“…흠흠. 잠시 수련할 일이 있었답니다.”

어쩐지 어둑한 얼굴로 시선을 돌린 안나는 아련하게 미소 지었다. 왠지 더 이상 캐물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셀도 그렇고 안나마저도 다쳐서 오다니. 그 수련인지 뭔지, 꽤나 고통스러운 일인가 보네.

“그런데 도운 님, 웨딩드레스는 고르셨나요?”

금세 평소의 살가운 분위기로 돌아온 안나가 내심 기대하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윽, 그 얘긴 별로 안 하고 싶은데….”

“라타가 알아서 할 거다.”

“뭐? 왜!”

내가 답을 회피하자 곁에 있던 백이강이 대신 대답했다. 이 와중에 또 라타라니. 이쯤 되면 악연이 분명하다.

근데 진짜 뭐 하는 사람이야?!

다른 디자이너는 몇 개월씩 걸려서 겨우 완성하는 웨딩드레스를 고작 며칠 만에 뚝딱 만들다니…. 마법사랑 뭐가 달라?

심지어 사이즈도 평균보다 몇 배일 텐데, 신기하면서도 무서운 재능이다.

“앗, 라타 님께서 맡으시는 거라면 걱정할 건 없겠네요.”

잘됐다며 웃는 안나와 달리 나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너무 걱정된다. 너무너무…….

하여간, 히든 퀘스트 보상안 구리기만 해봐라. 시스템이고 뭐고 가만 안 둔다.

“전하, 어서 오십시오.”

파티가 열린 정원 앞에 도착하자 대기 중이던 아르테의 대신들이 꾸벅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

남의 나라에 와서 직접 티파티를 여는 것만 봐도 아르테 사람들이 그들의 차에 얼마나 큰 자부심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온 것을 본 델시아도 금세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좌석은 저번 만찬 때와 같이 내 맞은편에 배치했어. 하지만 스킨십은 자제해 줘. 그거, 은근히 약 오르더라고.”

귓가에 속삭이듯 경고를 던진 델시아였으나 백이강은 그를 가볍게 무시한 채 나를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상석에 황제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초대받았을 텐데 자리에 없다는 건….

“황제는?”

“국정 업무가 바빠서 못 온다더군.”

백이강의 말에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목숨이 간당간당한 황제가 조금도 불쌍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다.

“웃기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바쁜 업무 하고 온 사람이 여기 있는데.”

일을 전부 백이강에게 떠넘겨 놓곤 바쁜 척하는 게 얼마나 가당찮은지 모른다.

이번에는 정말 아파서 그렇게 둘러댄 거겠지만, 원작을 보면 아프기 전에도 매번 저렇게 말했던 자인지라 이제 와서 감상이 달라질 이유는 없었다.

“상태가 안 좋으니 그럴듯한 변명을 한 거지.”

정석과 같은 그의 답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보기보다 경비가 삼엄했다.

양국의 상위 인사들이 전부 모인 탓인지 호위로 나설 급으로는 보이지 않던 세드릭이 와 있었다. 블루와 레지도 곁에서 대기 중이었고, 황군 또한 파티장 한편에 정렬해 있었다.

여러모로 안전이 보장되어서인지 파티 분위기는 상당히 평화롭고 여유로웠다.

그뿐만 아니라 간단한 티파티치고는 다양한 디저트가 뷔페식으로 준비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공기가 시원하고 자유로웠다.

“아르테에서 가장 유명한 빈트 차입니다. 서부에서 갓 채집한 어린잎을 말려 우린 차랍니다.”

곧이어 홍차처럼 붉은빛을 띤 차가 나왔다.

অধিকাৰীয়ে এনেধৰণৰ অন্ত ঘৃণা কৰে!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