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에디트 양을 챙겨주고 나오는데…… 에디트 양이 제 드레스에 대해 칭찬을 하더라고요. 그때는 그냥 칭찬인 줄 알고 기뻐했는데…….”리제가 자신의 드레스 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오늘 입은 드레스는 자신의 결혼식에 꼭 입고 와줬으면 좋겠다면서 킬리언이 사 준 것이었다.
결혼식에 흰 드레스를 입고 가는 건 좀 아니지 않냐고 거절해 봤지만 킬리언은 ‘이건 어디까지나 아이보리 색이지, 흰색이 아니다.’라며 간곡히 부탁했다.
게다가 에디트가 입을 드레스는 흰색에 금사가 많이 섞여서 이 드레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다기에 이 정도 수수한 드레스는 괜찮을 것 같아 킬리언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만약 에디트의 ‘드레스 잘 어울린다.’라는 칭찬이 돌려서 비아냥댄 거라면, 자신은 눈치도 없이 그 앞에서 알짱대고 웃다가 나온 꼴이 되고 만다.
“에디트 양이 기분 상한 거였을까요?”
에디트가 다른 것도 아닌 리제의 드레스를 콕 집어 언급했다는 말에 킬리언은 이를 갈았다.
‘리제의 드레스를 준비한 게 루드윅 공작가라는 걸 다 알고 있으면서, 비겁하게 힘없는 리제에게 따지다니…….’
하지만 이런 얘길 해서 리제가 상심하는 모습을 볼 순 없었다.
“설마. 오늘 그 여자가 입었던 드레스를 생각해 봐. 고작 네 드레스에 예민하게 굴 수준이 아니었잖아?”
“아! 오늘 에디트 양, 진짜 예뻤죠? 정말 반짝반짝하고…….”
“천박했지.”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킬리언! 자기 아내한테 천박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에요?”
리제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따지자 킬리언은 금세 사나운 기색을 누그러트렸다.
“미안해. 네 앞에서 쓰기는 좀 험한 표현이었나.”
“저한테 미안할 일이 아니라 에디트 양에게 미안해해야죠! 그녀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아무도 모르는 곳에 킬리언만 믿고 혼자 온 거잖아요. 킬리언이 잘 챙겨줘야죠.”
그러나 에디트를 걱정한 리제의 당부는 킬리언의 가슴을 아프게 후벼팠다.
그는 리제의 손목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 진심이야?”
“킬리언……!”
“잔인하구나, 리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버텨냈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
리제의 푸른 눈망울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킬리언은 리제가 자신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알지만, 리제는 이번 혼사에 관해 어떤 의견도 낼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자신의 마음을 달래주려는 리제의 방식인지도 몰랐다.
이렇게 된 거, 에디트에게 마음을 붙여보라고……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리제…….”
“킬리언. 저는…… 저는…….”
킬리언은 할 말을 못 찾고 당황하는 리제의 턱을 가만히 들어 올렸다. 놀란 듯한 리제의 얼굴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봄 햇살 같은 저 다정함과 천진함에 얼마나 위안을 받았던가.
킬리언은 천천히 리제의 입술에 다가갔다.
“리제!”
방해꾼만 없었더라면, 킬리언은 오늘이야말로 리제에게 입 맞출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크, 클리프!”
화들짝 놀라 킬리언에게서 떨어진 리제는 어색한 미소로 클리프에게 손을 흔들었다.
“하여간에 저 인간은…….”
킬리언이 낮게 으르렁댔지만 리제는 못 들은 척 애써 웃었다.
그리고 킬리언의 소중한 순간을 망친 주인공은 두 사람이 입 맞추려던 장면을 전혀 보지 못했다는 듯 태연한 얼굴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