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에디트를 찾아야겠습니다. 그녀가 설령 첩자라 하더라도 제 아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죠.”
“킬리언! 가문보다 네 개인적인 감정을 우선하겠다는 말이냐?”
“에디트가 정말로 죄를 저질렀다면 처벌해야겠지. 하지만 죽여도 내가 죽여!”
킬리언의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검을 빼 들 것처럼 흉흉했다.
그는 곧장 저택을 지키던 기사단 쪽으로 향했다.
“지금 바로 어머니와 리제가 납치되었던 현장부터 확인하러 가겠다! 레너드! 열 명만 추려서 준비하도록!”
하지만 리제를 잃을 뻔한 클리프의 분노도 만만치 않았다.
“아버지. 사람을 더 풀겠습니다. 에디트 리겔호프를 찾아내서 아버지 앞에 끌고 오죠!”
‘에디트 리겔호프’라는 지칭에 킬리언이 클리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에디트의 이름에 대해 따지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킬리언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그들을 위해 준비된 환영 만찬도 무시한 채 곧바로 웰슬리의 버려진 별장으로 내달렸다.
“다치지 말고 돌아와요.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주겠다던 그 허풍, 내가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루드윅 공작에게 무시당하면서도 꿋꿋이 웃던 에디트가, 그 마지막 미소가 계속 떠올랐다.
아니, 사실은 지금 이 순간뿐만이 아니라 영지전 내내, 그 미소와 온기를 담은 눈빛과 아찔한 장미 향을 떠올리며 버텼다.
그녀가 떠준 엉성한 토시를 밤마다 매만지며 이걸 뜨느라 진땀을 흘렸을 에디트를 떠올렸다. 그게 하루 중 유일하게 진심으로 웃는 순간이었다.
‘에디트! 지금 어디 있는 거야!’
만에 하나 그녀가 정말로 리겔호프가의 첩자였다면, 더더욱 제가 먼저 찾아야 했다.
‘내가 먼저 찾아서 안전하게 숨겨둬야 해. 몰래 라이젠으로 데려가서 애라도 가지면 아버지나 형도 반대하지 못하겠지.’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뺨을 때렸지만 킬리언은 조금도 말을 늦추지 않았고, 덕분에 금방 웰슬리에 닿을 수 있었다.
“저깁니다!”
클리프와 인질 구출 작전에 나섰던 기사가 사건이 벌어졌던 별장으로 킬리언을 안내했다.
주변에는 아직도 뭔가 썩는 냄새가 진동했지만 킬리언은 아랑곳하지 않고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
바닥과 벽의 혈흔으로 그날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공작 부인은 저쪽 방 끝에, 리제 아가씨는 반대쪽 방 끝에 계셨습니다.”
“구석구석 다 뒤져봤나?”
“그, 그게…… 그때는 공작 부인의 상태가 좋지 않아 빨리 귀환해야 해서…….”
킬리언은 기사의 대답도 다 듣지 않고 뒤에 선 기사들에게 각 방을 수색하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리제가 처음 눈 떴다는 1층의 창고로 향했다.
“등을 더 켜!”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등을 두 개나 더 켜도록 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창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도, 도련님……?”
다른 기사들은 킬리언이 왜 그러는지 몰라 당황했지만, 킬리언은 등으로 바닥 구석구석을 비추며 훑었다.
“용병들은 다들 두건을 쓰고 있었다고 했나?”
“예.”
“셰인 놈은 금발이고, 그 하녀는 흑발이지?”
“예, 그렇습니다만…….”
“그럼…… 이 붉은 갈색 머리카락은 누구의 것일까?”
킬리언의 손에는 긴 갈색 머리칼이 몇 가닥 잡혀 있었다.
“에디트는 여기 있었어.”
킬리언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기사들이 각 방을 뒤지고 있었지만 딱히 뭔가를 발견했다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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