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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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정리를 마쳤습니다.”

아, 나한테는 전혀 반가운 소식이 아니네.

“좋아. 공작 부인은 첫 번째 방에 가둬 놔. 귀한 인질이시니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저 여자하고 따로 가두실 겁니까?”

용병으로 보이는 남자가 리제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 리제는 인질이 아니야. 내 전리품이지.”

으음. 클리프가 셰인 놈을 어떻게 벴더라? 그냥 심플하게 목을 벴던가, 아니면 세로로 반을 갈랐던가……?

가물가물하긴 한데 저 상태 그대로 간다면 세로로 반 가르는 거 확정이다.

아니, 내가 지금 이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이제부터 소피아 저 무지막지한 여자한테 얻어터질 테니까.

“이 여자는 어쩔까요?”

용병이 나를 가리켰다.

“아아, 그 계집은 지하로. 빽빽 질러대는 소리가 주변에 들리기라도 하면 골치 아프니까.”

추워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는데도 또 소름이 돋을 것 같았다.

이제부터 <집·사절>은 로맨스 판타지가 아니라 호러 내지는 스릴러물이 될 예정이었다.

“얼른 움직여.”

셰인의 명령에 주변의 사내들은 나부터 들쳐 메고 그곳을 나왔다.

그 돌로 된 방을 나오니 주변을 확실히 돌아볼 수 있었다.

‘성은 아니야. 아마 수도 외곽의 오래된 별장…….’

손에 흙 한번 묻혀본 적 없으면서 전원생활을 동경하던 귀족들이 농가 형태의 별장을 짓는 게 유행인 시절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 지어진 별장 같은데 버려졌던 것치고는 곳곳에 사람 흔적이 보였다.

‘버려진 별장을 사들여 이곳에서 용병들을 재우고 먹였겠네.’

여태 들키지 않았다면 이곳이 꽤 외지거나 생각지도 못한 곳일 가능성이 컸다.

과연 클리프는 내 어딘가가 부러지기 전에 와줄 것인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니야. 아까 셰인이 리제를 보던 눈빛은 금방이라도 무슨 짓을 저지를 것 같았어. 하지만 여주인공이 끔찍한 일을 당하기 직전에 남주인공이 등장하는 게 이 바닥 룰이잖아?’

그럼 조만간 클리프가 여기에 들이닥친다는 뜻이다.

‘조금만 버티면 돼, 조금만……!’

나는 용병의 어깨에 둘러 매어진 채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며 조마조마한 속을 달랬다.

지하층은 반지하였는지 위쪽에 창이 나 있었지만, 아직 새벽인 탓에 어두웠다.

앞장선 용병이 등불을 들고 척척 걸어가더니 창고로 보이는 곳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가 등불 하나를 근처에 두는 동안, 날 매고 온 용병이 나를 의자에 앉혔다.

착석감도 최악인, 딱딱한 나무 의자였다.

“아, 아야! 조금만…… 살살 묶어주세요. 어차피 저,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해요.”

나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용병에게 부탁해 보았다.

무심한 얼굴에 표정 변화가 없어서 실패인가 했는데, 그는 입맛을 한 번 다시더니 아까보다는 훨씬 살살 묶어주었다.

물론 꼼짝도 못 하겠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얼마나 거칠게 취급당했는지, 어깨가 너무 아팠다. 관절이 다 어긋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아픈 것 가지고 징징댈 때가 아니었다.

“아까 대장이 데려간 여자만은 못하지만, 이 여자도 꽤 괜찮은데?”

나를 살살 묶어주었던 용병이 내 턱을 잡고 좌우로 돌려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에 대한 고마움이 빠르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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