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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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루아얄 의상실>의 에밀리 루아얄이라고 합니다. 불러주셔서 영광입니다.”

의상실 주인이라는 에밀리는 부드러운 갈색 머리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부인이었다.

화려한 원단과 레이스는 물론이고, 다양한 디자인을 모아놓은 스타일 북도 잔뜩 가지고 온 모양이었다.

“우선 공작 부인부터 골라보실까요?”

루아얄 부인은 나이 지긋한 부인들을 위한 스타일 북을 꺼내 공작 부인의 앞에 펼쳤다.

그런데 스타일 북을 몇 장 건네보던 부인이 고개를 들더니 빙긋 웃었다.

“으음…… 나이가 드니 매번 비슷비슷한 디자인만 고르게 되는 것 같아. 이번에는 너희들이 날 위한 디자인을 골라주겠니?”

공작 부인이 나와 리제를 돌아보며 부탁했다.

‘돌발 상황! 돌발 상황! 왜 예고도 없이 시험을 치시는 거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앞으로 펼쳐질 일은 빤하다.

나와 리제가 고른 디자인 중 리제의 디자인을 부인이 더 마음에 들어 하든가, 아니면 둘 다 제작한 뒤 리제가 고른 디자인이 더 많은 찬사를 받든가.

나는 바싹 긴장을 하고 있는데 리제는 오히려 기뻐 보였다.

“정말 그래도 될까요?”

“물론이지, 리제.”

덕분에 나와 리제의 앞에는 각각 똑같은 스타일 북이 놓였다.

그 안에서 찾아보라는 것이다.

나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차분하게 스타일 북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이건 명백히 나에게 불리한 시험이었다.

리제는 이 집에서 함께 산 지 5년이나 되어 부인의 취향을 잘 파악하고 있을 테고, 나는…….

‘난 이 세계에 떨어진 지 2주일도 안 됐단 말이야!’

리제와의 스타일 대결 에피소드가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이야…….

원작의 흐름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저는 이 디자인이 어떨까 싶어요. 부인께 아주 우아하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리제가 고른 건 푸른색 실크 드레스였다.

루아얄 부인은 재빨리 샘플 원단을 가져와 공작 부인의 어깨에 두르며 탁월한 선택이라고 아부를 떨었다.

아닌 게 아니라 스타일 북의 그림대로 진주 귀걸이, 목걸이 세트를 착용하면 부인에게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뭔가 참 정답스러운 선택이네.’

밀색 머리카락과 호박색 눈동자, 아주 흰 피부를 지닌 공작 부인은 어떤 색을 매치해도 잘 어울릴 테지만, 푸른색은 그중에서도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것 같았다.

“정말 잘 고르셨습니다, 리제 양. 저희 의상실의 최신 디자인이랍니다. 이 실크도 황실에 납품되는 최고급 제품으로…….”

루아얄 부인은 기쁜 듯이 리제의 안목을 칭찬했다.

부인도 리제의 추천이 마음에 들었는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에디트는 어떤 걸 골랐니?”

“어…… 저는…….”

리제를 띄워주는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자, 공작 부인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이것도 원작의 흐름일까?

나는 원작의 에디트가 골랐을 법한, 조금 화려한 디자인의 드레스 그림을 펼쳐놓은 상태였다.

물론 내가 뭘 고르든 부인은 리제가 고른 푸른색 드레스를 더 마음에 들어 할 것 같지만…….

“리제 양이 고른 드레스는 정말 어머님께 딱 어울릴 것 같아요. 하지만 가끔 기분 전환을 하고 싶으신 날에는 이런 스타일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난 갈색 실크로 된 드레스를 짚었다.

구리색의 광택이 도는 갈색 실크에는 금사로 잔잔하게 덩굴무늬가 수놓여 있었고, 로브가 벌어진 틈으로는 짙은 보라색 언더 드레스가 우아하게 주름 잡혀 있었다.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