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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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괜찮으면 차나 마시러 오시든지요.”

쉽게 생각하고 에디트에게 티타임을 제안했던 킬리언은 예의 바르게 퇴짜를 맞았다.

“저는 괜찮아요, 킬리언. 물어봐 줘서 고마워요.”

마치 킬리언이 예의상 권한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태도였다.

‘음…… 내 태도가 너무 무례했나.’

조금 민망해진 킬리언은 다음 날, 에디트에게 식사를 함께하길 권했다.

“매번 방에서 혼자 식사하는 것 같던데, 식당에 내려와 식사해도 좋습니다.”

“아…….”

“말이 나온 김에 오늘 같이 식사하는 건 어떻습니까.”

“아직 공작 각하께서 저를 불편해하시는 걸 아는데, 괜히 식사 시간까지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제안은 고마워요, 킬리언.”

두 번째 거절이었다.

‘뭐, 아버지가 아직 에디트를 꺼리시는 건 사실이지.’

다른 가족이 끼어들 가능성 없는 제안을 해야겠다고 고민하던 킬리언은 또 다음 날 지나는 길이라는 것처럼 가볍게 말했다.

“날씨가 좋아서 잠깐 정원을 산책하려고 하는데, 함께 가시겠습니까?”

하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던 에디트는 또다시 떨떠름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직 볕이 뜨거워서 저는 방에 머무르려고요.”

“……그러시다면야.”

세 번째 거절이 이어지자 킬리언은 에디트가 저를 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왜? 내가 그 망할 하녀까지 내쫓아줬잖아? 그럼 나한테 고맙다고 매달려도 모자란 거 아닌가?’

기분이 상하는 것과 동시에 오기가 생겼다.

또 다음날, 킬리언은 별일도 없이 에디트의 방에 들러 누군가의 티 파티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대답이 가관이었다.

“의무적인 건가요?”

“의무……는 아닙니다만.”

“킬리언 당신이 가고 싶어 하던 티 파티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그럼 왜 가자고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거야…… 여자들은 그런 걸 좋아하지 않습니까?”

에디트의 눈이 다시 놀란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는 이내 ‘다 이해한다.’라는 것 같은 눈빛을 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 때문이라면,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런 거, 싫어하십니까?”

“지금은 딱히 가고 싶은 마음도 없거니와, 그런 걸로 당신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아요.”

화를 내기에도 미묘한 거절이었다.

“알겠습니다.”

“물어봐 줘서 고마워요.”

“정말로 고마워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군요.”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킬리언은 패잔병처럼 자신의 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결혼한 이래 에디트가 다른 집 파티에 가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어쩌면 파티가 지겨워진 건지도 모르지.’

그렇게 납득하면서도 묘하게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 *

“누가 선물로 <페리도트>의 딸기 타르트를 줬는데, 함께 드시겠습니까?”

오후 티타임을 앞두고 있을 즈음, 킬리언이 지나는 길에 들러 무심하게 제안했다.

“<페리도트>의 딸기 타르트요?”

와, 이번 유혹은 너무 떨쳐내기 힘들다.

가게 오픈 전부터 줄을 서지 않으면 살 수도 없다는 <페리도트>의 딸기 타르트가 정말 궁금하기는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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