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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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분께, 만약 살아남는다면 무조건 북쪽으로 도망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여기가 수도 남부 웰슬리라고도 말씀드렸고요.”

“북쪽? 그래, 그랬군! 고맙네!”

곧바로 일어나 당장이라도 북쪽을 향해 달려가려는 그를, 용병이었던 남자가 다시 붙잡았다.

“그, 그리고 이거…….”

그의 손에는 언젠가 그가 에디트에게 사 주었던 그 루비 목걸이가 들려 있었다.

“제 동료에게 돈을 주고 제가 받았습니다만…… 그분이 누군지 알고 나서는 아무래도 팔기 찝찝해서 갖고 있었습니다. 이, 이것을 드릴 테니 저를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킬리언은 이름도 모를 사내 때문에 눈물이 다 날 것 같았다.

루비 목걸이를 건네받은 그는 자신의 제복에 달려 있던 금 단추를 죄다 뜯어내 한사코 거절하려는 그 사내에게 억지로 안겨 주었다.

“내 아내는 반드시 살아 있을 걸세. 보통 똑똑한 여자가 아니거든. 하지만 그녀가 살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 자네 덕분이겠지. 그러니 자네는 이걸 받을 자격이 있네.”

그러고는 웰슬리 별장 사방에 흩어져 있던 기사들을 모아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북쪽으로 향했다면 큰 도로가 나왔을 테고, 분명 다른 사람들을 만나 도움을 청했을 거야.’

반드시 그랬을 거라고, 에디트는 무사할 거라고,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생각을 곱씹으며 킬리언은 쉬지도 않고 주변을 뒤졌다.

완전히 깜깜해지는 시간대만 아니면 새벽부터 저녁 늦도록 쉬지 않는 킬리언 때문에 따라온 기사들도 고역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형형해지는 안광의 킬리언을 보면 불만을 주워섬길 수도 없었다.

“우리야 저택에서 쉬고 있었다지만, 킬리언 도련님은 전장에서부터 계속 못 쉬고 계신 거 아니야?”

“그렇지, 뭐. 저렇게까지 필사적으로 찾으시는 걸 보면 에디트 아가씨를 정말로 사랑하시나 봐.”

“하지만 과연 여태 살아 있을까? 드레스 입은 여자가 길을 걷고 있었다면 분명 강도들의 먹잇감이 됐을 텐데…….”

“말조심해라. 도련님이 들으시면 가만두지 않으실 테니까.”

기사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오가고 있었지만 킬리언은 오로지 에디트를 찾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이제 곧 밤입니다. 제발 좀 쉬십시오!”

“크게 다쳤을 텐데…… 돈도 없고, 물도 갖고 있지 않았을 텐데…… 어두워지면 들짐승이나 강도가 나타날 수도…….”

기사들 중 제일 연륜 있는 이가 킬리언을 말려 봤지만, 킬리언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기만 하며 충고를 듣지 않았다.

에디트를 찾아 헤맨 것도 벌써 며칠이 지나고 있었다. 기사들의 뒷말이 아니더라도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온갖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킬리언의 가슴을 점령하는 건 후회와 죄책감이었다.

‘다 내 잘못이야. 용병을 사서라도 에디트를 지켰어야 했는데…….’

공작 부인과 리제, 그리고 에디트가 윈덤 백작가의 연회에 참석하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저택 내에서 그녀를 보필할 안나만 포섭한 것이었지만, 이 상황이 되고 보니 그저 자신이 다 잘못했다고밖에는 생각되지 않았다.

‘에디트…… 내가 잘못했어. 내가……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제발 살아만 있어 줘. 제발…….’

영지전에서 몸을 혹사하고 수도로 돌아오는 내내 킬리언은 기사단을 챙기느라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런 몸을 이끌고 며칠째 쉴 틈 없이 움직이다 보니 그의 강철 같은 체력도 어쩔 수 없이 바닥나고 있었다.

그래도 수색을 멈출 수는 없었다.

에디트는 다치고 굶주린 채 어딘가에서 저만을 애타게 찾으며 덜덜 떨고 있을 테니까.

그녀가 가장 두렵고 고통스러울 때 곁에서 지키지 못한 저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킬리언은 차라리 제 가슴을 칼로 긋고 싶은 심정이었다.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