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언이…… 원작과 너무 유리되고 있어.’리제는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이런 상황은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뭐든 해야 했다.
‘원작자의 힘은 아껴 둬야 해. 그러니, 아직 오염되지 않은 엑스트라를 이용하자.’
리제는 건국제 때 카트린 황녀를 이용해 에디트를 곤경에 빠트리기로 하고 건국제를 준비했다.
건국제 준비는 원작과 비슷하게 흘러갔기에 리제는 안정감을 찾았다.
클리프는 수도에서 제일 비싼 의상실을 불러 아름다운 드레스를 주문해 주었고, 루드윅 공작 부부는 그녀에게 ‘로레인의 빛’을 꺼내 주었다.
‘그래, 주인공은 나야!’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공작 부인의 집무실 문이 열리며 킬리언과 에디트가 들어왔다.
“다들 여기 계셨군요. 저희, 이제 막 돌아왔습니다.”
킬리언은 웃고 있었지만 리제는 그가 단단히 화가 났으며, 그의 시선이 ‘로레인의 빛’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며느리인 에디트한테는 뭘 내주시게요?”
그의 서슬 퍼런 눈빛에 공작 부인이 난처해하며 답했다.
“에디트가 골라 보는 게 어떻겠니? 뭐든 괜찮으니까.”
“아, 그러는 게 좋겠네요. 에디트. 저 목걸이 어떻습니까?”
“네? 저, 저거요?”
“루드윅가의 보물이죠. 아무래도 당신한테 우선권이 있을 겁니다. 건국제 때 저 목걸이를 하고 나가는 건 어떠십니까?”
황당한 일이었다.
리제는 <집·사절>을 몇 번이나 반복해 살았지만 ‘로레인의 빛’을 빼앗길 위기에 처해 본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 에디트는 오히려 킬리언을 진정시켰다.
“정말 아름답고 귀한 보석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정중히 사양할게요. 게다가 저보다는 푸른색 눈을 지닌 리제에게 더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리고 안목이 높은 당신이라면 오늘 맞춘 드레스와 저 목걸이가 안 어울린다는 것쯤은 아실 텐데요.”
차분히 타이르는 에디트의 태도에 결국 킬리언도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리제는 패배감을 느꼈다.
‘내가 에디트 따위의 동정심으로 로레인의 빛을 지키다니……!’
위에서 내려다보는 건 언제나 자신이어야 했다. 이 세계의 창조주이자 주인공인 자신이, 한낱 빙의된 인간에게 밀려서는 안 될 말이었다.
자존심이 단단히 상한 리제는 카트린 황녀를 만나러 간 자리에서 ‘독 자수 실 사건’을 화제로 꺼내 들었고, 싱클레어 백작가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것 같다면서도 교묘히 에디트가 의심되도록 말을 꾸몄다.
리제가 기대했던 바대로 카트린은 에디트를 의심했다.
‘이 정도면 적어도 건국제에서 망신은 당하겠지.’
리제는 만인의 앞에서 에디트가 쩔쩔매는 꼴을 기대하며 건국제를 기다렸다.
* * *
톡.
톡톡.
건국제에 참석하기 위해 황궁으로 향하는 마차 안.
리제는 아까부터 어디선가 들리는 기묘한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혹시, 이야기가 뒤틀어지는 소린가?’
그녀는 초조하게 주변을 살피다가 결국 클리프에게 물었다.
“아까부터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같지 않아요?”
그러나 클리프는 그 소리가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이좋은 카나리아 두 마리가 마차를 쪼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