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루드윅 공작가에 들어가면 리제 싱클레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뭘 좋아하는지, 특이 사항 같은 건 없는지 알아보고 나한테 편지로 알려. 이건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말고. 알았지?”
셰인이 저에게 몰래 내린 명령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그녀가 오랫동안 연모해 왔던 작은 주인님이 귓불을 붉게 물들이며 리제의 이름을 꺼냈을 때, 소피아는 그가 리제를 마음에 두었음을 눈치챘다.
그때는 에디트고 뭐고, 싱클레어가의 사생아 계집을 찢어 죽이고 싶기만 했다.
감히 셰인의 아내 자리를 탐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고작 하녀 배를 빌려 태어난 사생아가 셰인을 미혹하는 꼴도 봐줄 수 없었다.
하지만 루드윅가에 와보니 리제는 상상 이상으로 대접받으며 살고 있었고, 그녀에 대한 호위 역시 쉽사리 뚫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간단히 포기할 소피아가 아니었다.
‘저 사생아 년도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소피아는 속으로는 칼을 갈면서도 리제에게 다소곳이 인사를 올리며 그 앞을 벗어났다.
그러고는 어떤 하인과 무심히 지나치며 재빠르게 작은 쪽지를 건네받았다.
- 킬리언 루드윅이 받을 영지는 라이젠,
에디트를 데리고 갈지는 미지수.
루드윅 공작가에 심어놓은 또 다른 용병은 제 밥값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이런 무지렁이도 밥값을 하는데 에디트는 아직도 저렇게 쓸모없으니, 원. 그러니 밥 먹을 자격도 없는 거고, 그러니 제 남편한테 외면이나 당하는 거지.’
에디트를 떠올리면 그저 한심하기만 할 뿐이었다.
저에게 백작 영애라는 지위를 준다면 훨씬 더 잘 해낼 자신이 있는데 말이다.
소피아는 저보다 못한 것들을 아가씨라고 불러야 하는 제 처지를 가여워하며 제가 먹을 에디트의 식사를 받았다. 오늘은 어떤 식으로 굶주린 에디트를 놀릴까 고민하면서 말이다.
* * *
굶주린 지 닷새가 지나자 아침부터 머릿속에 먹을 것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하지만 리넌이 며칠간 출장을 떠난 탓에 다과조차 먹을 수가 없었다.
‘배고파…….’
소피아는 내 식사를 받아다가 내 앞에서 저가 다 먹었다.
그것만 해도 화가 나는데 그녀는 일부러 내 속을 더 긁어놨다.
어제저녁에는 먹던 빵 조각을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정 배고프면 그거라도 드시든가요.”
솔직히 소피아가 보고 있지만 않았으면 진짜로 주워 먹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벌써 무너질 자존심이 아니었다.
“개가 먹던 걸 어떻게 사람이 먹어?”
그 말에는 소피아도 한참이나 웃었더랬다. 개만도 못한 계집이 쓸데없이 고집만 세다면서.
어쨌든 오늘 점심도 그런 수모를 당했다간 나도 모르게 빵을 주워 먹을 것 같아서, 소피아가 식사를 가지러 간 틈을 타 방에서 도망 나왔다.
다들 식사 준비로 바빠서 사방에 음식 냄새가 진동을 했다.
나는 최대한 냄새를 안 맡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대회랑을 떠올리고는 거기로 향했다.
‘배고파…… 배고파…….’
다른 곳에 숨어 다른 하녀를 불러 먹을 것을 가져오게 시킬까 생각해 보지 않은 게 아니었다.
실제로 첫날 저녁에 소피아를 비웃으며 그 방법을 썼었다.
그랬는데 방으로 돌아갔더니 소피아가 나한테 억지로 구토제를 먹여 그걸 다 토하게 했다.
독한 년.
구토제로 토하고 났더니 속이 너무 아파서, 그날 밤새 끙끙댔던 기억이 지금도 트라우마처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