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날 뻔한 사람인데 남편인 내가 간호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보통은 그렇지.”
씩 웃는 클리프의 얼굴에서는 뭔가 음험한 짓을 벌였다는 심증을 찾기 어려웠다.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긴요. 괜히 저 때문에 다치신 것 같아 병문안 온 거죠.”
클리프는 손에 든 꽃다발을 살짝 흔들어 보이다가 안나에게 넘겼다.
“형 때문에 다쳤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킬리언은 날카로운 눈매로 제 형을 훑었다.
“사실은 내가 에디트 양에게 요트를 추천했거든.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말이야.”
“뭐……?”
“아, 저기, 크, 클리프 님!”
야, 왜 그런 얘기를 지금 하냐? 킬리언도 옆에 있는데 내 체면이 뭐가 돼?
“뭐야? 둘이서만 따로 만났던 거야? 무슨 얘기 했는지, 솔직히 말해.”
킬리언은 자기만 모르는 뭔가가 있었다는 게 불쾌했는지 인상을 더 구겼고, 클리프는 당황으로 쩔쩔매는 내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말했다.
“내가 오지랖이 넓었던 거지. 너랑 제수씨 사이가 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가볍게 네 취향을 좀 말해준 것뿐이야. 요트 타는 거랑 미술품 관람하는 걸 좋아한다고.”
킬리언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졸지에 킬리언의 마음을 사보려고 클리프에게까지 정보를 캔 여자가 된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데 의외로 킬리언은 기분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랬습니까?”
“아니, 뭐…… 저, 저도 요트를 안 타봐서 궁금하기도 했고…….”
죄지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부끄러울까.
거울로 안 봐도 내 얼굴이 벌겋게 익은 건 잘 알겠다.
킬리언은 대답도 잘 못 하고 손부채를 파닥거리는 날 보며 피식 웃다가 클리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전날 밤에 형도 요트에 다녀왔다며? 왜 갔다 온 거야?”
“아…… 뭐 좀 찾으러.”
“뭘 잃어버렸길래 밤이 다 돼서 호숫가엘 가? 위험하게. 다음 날 아침에 우리랑 가면 됐잖아.”
킬리언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지만 난 그의 눈매에 어린 예리한 기운을 눈치챘다.
“사실은 리제가 아끼는 귀걸이를 잃어버렸다고 해서 말이야. 아무래도 지난번에 요트를 타러 갔을 때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해서.”
“……리제가?”
“응. 굉장히 아끼는 건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며 속상해하길래, 시간이 좀 늦긴 했지만 갔다 왔지. 그런데 없더라고.”
아마 킬리언의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면, 그는 지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혹시, 리제가……?’
리제 본인이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람을 샀겠지.
‘하지만 클리프 입을 단속할 생각은 못 했나 보네.’
하긴, 자신은 그저 귀걸이를 잃어버렸다고 한 것밖에 없다고 잡아떼면 그만일 일이다. 심지어 당장 찾아봐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클리프가 과잉 충성하며 그 시간에 나가 찾아봤던 것뿐이니까.
‘만약 리제의 짓이라면, 정말로 치밀한 계산이네. 그저 단서 하나를 던지는 것만으로 클리프가 알아서 움직여 줄 거라고 생각했으니 대단한 믿음이기도 하고.’
나는 화제를 옮겨 다른 이야기를 시작한 클리프를 보며 가볍게 맞장구치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그리고 클리프가 돌아가고 잠시 후, 리제가 방문했다.
막 일어서려던 킬리언도 리제가 방문했다는 소리에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에디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