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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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트는 뭘 만들어보겠니?”

공작 부인의 목소리에 퍼뜩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내게 쏠려 있었다.

“아, 저, 저는 손수건에 수를 놓으려고요.”

들어 올린 무지 손수건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역시나, 한심하다는 눈빛들이다.

“몇 장을 만들어서 내놓을까 하고…….”

여러 장 만들 거라고 소심하게 어필해 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공작 부인만이 친절하게 ‘예쁘겠구나.’하고 화답해 줬을 뿐이다.

‘이러다 정말 한 장도 안 팔리는 건 아니겠지?’

가문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공작 부인이 몰래 구매해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정 안 되면 안나를 시켜서라도 사 와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다른 부인들의 대화에도 끼지 못한 채 자수 도안집만 뒤적거렸다.

‘음? 이거 예쁘겠다.’

온갖 화려한 문양 사이에 낀 새 도안이 눈에 들어왔다.

어렵지도 않을 것 같았고, 너무 유치해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부리에 한 줄기 월계수 잎을 문 작은 새를 수놓기로 하고 손수건에 정성 들여 도안을 그렸다.

달랑 그것 하나만 하기는 좀 민망해서, 손수건 주변을 둘러 가며 월계수 문양을 추가했다.

그렇게 열심히 도안을 그리고 있는데 아까부터 유독 내게 냉랭한 시선을 보내던 부인이 슬그머니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머! 그 도안, 우리 딸이 재작년에 했던 거랑 비슷하네요. 완성해 놓으면 참 예쁘답니다.”

“그렇죠? 제가 보기에도 이 도안이 귀여워서…….”

그때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던 부인이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말했다.

“라리사 양이 재작년에 만든 손수건, 저도 기억해요. 그런데 라리사 양은 올해 몇 살이죠?”

“열일곱 살이요. 벌써 처녀 태가 난답니다.”

“그럼 그 손수건을 만들었던 게 열다섯 살 때였군요. 어린 소녀 같기만 했는데 벌써 아가씨가 다 됐다니, 시간 참 빠르네요.”

“그렇죠? 호호호!”

다들 즐겁게 웃으며 다른 대화 주제로 넘어갔지만 난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아주 잘 알아들었다.

‘열다섯 살짜리랑 같은 수준이라고 돌려 깐 거 맞잖아. 그렇지?’

그것도 공작 부인이 다른 사람의 작품을 봐주느라 정신없을 때를 이용했다.

‘저 부인이 싱클레어 백작 부인하고도 은근히 친하지 않았던가? 왜 리제가 아닌 나를 까고 난리야?’

하긴, 이 자리에서 공작 부인이 딸처럼 아끼는 리제를 깠다가는 공작 부인에게 단단히 밉보이겠지만.

‘앞으로 참 다사다난하겠다.’

짜증이 좀 나긴 했지만 어차피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은 필요 없었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기로 하고 내 자수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하지만 공작 부인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자수 모임이 있을 때마다 나는 점점 외톨이가 되어갔다.

특히 싱클레어 백작 부인과 친한 그 부인이 은근히 나와 리제를 비교하며 왕따를 주도했다.

‘원작에서 에디트가 리제를 시기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참 당연한 일이네.’

내가 원작을 알고 있기에 저런 도발에 심드렁할 수 있는 거지, 안 그랬다면 나 역시 리제를 미워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리제는 다른 부인들의 귀여움을 듬뿍 받으며 신들린 듯한 솜씨로 숄에 온갖 꽃과 풀을 수놓고 있었다.

저 숄은 아마 눈치 싸움을 벌이던 두 남주들 중 결국 클리프의 손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