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곧바로 리겔호프 백작과 셰인이 나도 죽이라며 발광했다.그것 역시 원작에서는 없었던 장면이다. 당연하지. 원작에서는 이런 장면이 벌어지기 전에 에디트의 목이 떨어졌으니까.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지?’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킬리언 쪽을 쳐다봤는데 나를 살려주겠다는 놈 눈빛이 왠지 죽이려는 것보다 더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 같았다.
루드윅 공작이 나를 살려두려고 할까 싶었는데 그는 또 킬리언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고, 심문을 위해 나를 감옥으로 끌고 가라는 소리에 킬리언은 또 화를 내고 있었다.
‘어쨌든…… 에디트의 결말이 바뀐 거네……?’
당연히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터라 나도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내가 혼란스럽든 말든, 루드윅 공작의 명령을 받은 기사들은 나를 양옆에서 붙들고 일으켜 세웠다.
그걸 보더니 킬리언이 또 버럭 화를 냈다.
“그 손 놔!”
덕분에 내 오른쪽에 섰던 기사가 당황해서 손을 위로 들었는데, 하필 그의 코트 소매 단추에 내 스카프가 걸려 같이 벗겨지고 말았다.
“아……!”
싸구려 스카프이긴 했지만 그래도 찬 공기를 막아주고 있던 한 겹이 벗겨지자 오싹하니 추웠다.
부르르 떨다가 민망해서 다시 킬리언 쪽을 흘끗 쳐다봤는데 그의 표정이 아주 이상했다.
아니, 킬리언뿐만 아니라 루드윅 공작과 클리프, 그 주변 사람들의 표정도 덩달아 이상해졌다.
뭔가 굉장히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본 것 같은…….
“얼굴이…….”
킬리언이 말을 잇지 못하고 이를 꽉 물었다. 하지만 고작 그 단어만으로도 나는 그들이 뭘 보고 놀랐는지 깨달았다.
‘아 참, 얼굴이 엉망이었지…….’
납치당할 때 셰인에게 두 번, 웰슬리의 별장 지하실에서 소피아에게 세 번을 맞았던 얼굴은 코가 내려앉거나 턱이 돌아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엉망진창이 됐었다.
수도로 올라올 때 도와줬던 루벤 남작 부부나 길을 돌아다닐 때 여기저기 있던 기사들이 나를 못 알아본 것도 당연했다.
얼굴이 부풀고 멍들어서 내 얼굴 같지가 않았을 테니까.
그랬던 얼굴이 고작 열흘 정도 만에 다 나았을 리가 없다.
내 광대 부근은 아직도 보라색과 녹색 멍이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건 루드윅 공작이었다.
“누구 짓이냐! 연행할 때 가혹 행위가 있었나?”
그러자 나를 연행해 온 기사들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아닙니다! 체포 당시에 이미 이런 상태였습니다!”
“그럼 어떻게 된 것이냐? 도망 다니다가 불량배에게라도 맞았다는 말이냐?”
그때,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킬리언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어머니와 리제가 납치당했던 웰슬리의 별장에, 에디트도 잡혀 있었습니다. 그때 맞은 거겠죠.”
“뭐라고? 클리프! 별장에 에디트는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공작의 추궁에 클리프는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남주의 당황한 모습이라니, 보기 드문 광경이군.
“무, 물론입니다! 2층으로 이뤄진 별장의 모든 방을 뒤졌습니다만, 에디트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에디트의 하녀도 그녀가 거기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그 대답에 킬리언이 피식 웃었다.
“지하도 찾아봤어?”
“뭐?”
“그 별장에, 지하도 있었어. 몰랐어?”
클리프가 쩡 하니 얼어붙었고, 그 곁에 서 있던 리제는 멀리서 보기에도 아주 창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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