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33 0 0
                                    


“설마…….”

“맞아요. 누군가가 에디트 양을 죽이려 했던 거예요.”

“어머, 끔찍해라.”

끔찍하긴.

레일라는 오히려 희열을 느꼈다.

‘루드윅 공작가 소유의 요트 조종간을 손봤다면, 공작가 내에 에디트를 제거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거야!’

공작가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킬리언의 요트에 침입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다 한발 더 나아가 한 가지 희망적인 가정을 해보게 되었다.

‘혹시, 킬리언이 에디트를 죽이려 했던 거 아닐까……?’

물에서 건져 올렸을 때 에디트는 숨을 쉬지 않았다고 했다.

‘리겔호프 백작가에게 변명하기 위해 살리는 척했던 건데, 명줄 질긴 그 계집이 살아버린 거지. 보는 눈도 있었으니 다시 죽일 수도 없었을 테고…….’

킬리언과 에디트의 불화설은 이미 사교계에 파다했다.

그런데 둘이 요트를 타러 갔다고?

그것부터 이미 이상하다.

‘역시, 킬리언은 그 여자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는 거야!’

레일라는 확신했다.

덕분에 리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다짜고짜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할 수 있었다.

“그런데…… 리제 양에 대해서는 좀 아세요?”

“네? 무슨 얘기를 하시려는 건가요?”

“아니, 그게…… 리제 양이 루드윅 공작가에서 거의 미래의 공작 부인 대접을 받고 있다고…….”

그 말에 레일라와 싱클레어 백작 부인은 동시에 코웃음 쳤다. 특히 백작 부인은 적극적으로 반박까지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그 애는, 막말로 하자면요, 그 집에 팔려간 거예요.”

“네?”

“가문의 부끄러운 일이라 여태 입 닫고 있었더니 아주 헛소문이 도나 보네요. 그 사생아는 루드윅가가 돈 주고 사 간 거라고요. 아마 거기서 하녀 일이나 하고 있겠죠.”

리제 얘기를 꺼냈던 부인은 저와 함께 온 부인과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백작 부인은 당당히 말했다.

“루드윅 공작가와 우리 가문이 함께 사업을 벌이면서 우리가 공작가에 약간의 돈을 빌렸어요. 사업을 하다 보면 흔한 일이죠.”

“그, 그렇죠.”

“그런데 우리 집에 잠깐 놀러 오셨던 루드윅 공작 각하께서 마침 댁에 하녀가 필요하셨던 모양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채권을 행사하시는 대신 걔를 데려가겠다고 하신 거예요.”

“하지만…… 루드윅 공작가라면 굳이 그러지 않고도 하녀를 구할 수 있었을 텐데…….”

“걔를 무슨 일에다 쓸지 알 게 뭐예요?”

그제야 말을 알아들은 몇몇 부인들이 뺨을 붉히며 눈매를 휘었다.

“하긴…… 리제 양이 꽤 반반하기는 했지요.”

“반반하긴요. 음탕한 제 어미를 닮아 사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계집이죠. 더 얘기하기도 싫네요.”

백작 부인은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부채를 파닥였다.

그러자 눈치 빠른 부인들은 그들 앞에서 리제와 그 어미를 욕했고, 덕분에 레일라와 백작 부인의 기분 역시 좋아졌다.

하지만 레일라가 신경 쓰는 건 리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천한 것 따위의 일은 관심 없었으니까.

그녀가 신경 쓰는 건 오직 킬리언과 에디트의 일뿐이었다.

레일라는 티 파티가 끝나자마자 데미안과 안톤이 당구를 치고 있는 1층 서재로 향했다.

“레일라!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것 같은데?”

“그러게. 오늘은 말 많은 아줌마들이 결혼 닦달을 안 했나 보지?”

안톤이 얄밉게 이죽댔는데도 레일라는 생글생글 웃으며 소파에 새초롬하게 앉았다.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