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세상에! 어서 오세요! 저희 가게를 찾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가게 주인인 젊은 부인은 킬리언과 리제를 알고 있는 듯 호들갑을 떨었다.
가게를 둘러보니 천장에는 화려한 모조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고, 사방에 로맨틱한 장식이 달려 있었으며, 매대의 분홍색 융단 위에는 소녀에게 어울릴 만한 장신구가 반짝거리고 있었다.
“어머, 귀여워라.”
“귀엽죠? 이걸 이렇게 머리에 한 번 감고 그 옆에 이 코르사주를 달면…….”
“와! 너무 예뻐요! 킬리언, 이거……!”
눈 아픈 가게 안이 아닌, 창밖의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던 킬리언은 재빨리 리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킬리언……?”
“아! 그거 예쁜데?”
킬리언은 리제를 보고 단번에 예쁘다고 해주었지만 늘 리제에게만 시선을 주던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었다. 그걸 킬리언 스스로도 느낄 정도였다.
“경께서 보시기에도 예쁘죠? 이런 장식, 아무나 소화 못 합니다. 아무렴요. 어정쩡한 분들이 하면 유치해 보이거든요. 리제 아가씨 정도나 되는 미인께서 하셔야 이 코르사주와 리본의 진가가 발휘돼요.”
가게 주인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리제의 외모를 칭찬했다.
킬리언은 그다지 귀찮은 기색 없이 듣고 있다가 리제가 예쁘다고 한 것들을 다 계산해 달라고 했다.
가게 주인의 아부와 칭찬 때문에 결국 가게에서 나올 때 손에 들린 가방에는 꽤 많은 물건이 담겼다.
“이, 이렇게 많이 살 생각은 아니었는데…….”
“괜찮아. 자주 나오는 것도 아닌데, 나왔을 때 한꺼번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미안해요, 킬리언.”
“미안하긴. 이 정도로 우리 집 안 망하니까, 더 사.”
킬리언은 여전히 돈 쓸 때마다 미안해하는 리제에게 돈을 더 쓰라며 부추겼다.
그러다가 아까 창밖으로 내다봤던 가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리제, 미안한데 저기 잠깐 들렀다 가자.”
“네, 좋아요! 킬리언도 뭔가 사려는 거예요?”
“응.”
계속 자기 물건만 사고 있던 터라 미안해하던 리제는 기쁜 듯 보였다.
하지만 킬리언이 들어간 가게는 아까 리제가 들렀던 가게와 마찬가지로 여성용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였다. 아까 그 가게와 분위기는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킬리언…… 여긴, 음…….”
“응? 왜?”
“여태 들렀던 곳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요.”
“응. 그렇지. 여기서는 에디트 선물을 좀 사려고.”
“네? 에디트요?”
“응.”
“아아…… 그러고 보니 에디트에게 어울릴 분위기네요.”
“그렇지?”
킬리언은 조금 당황한 리제를 눈치채지 못했다. 예전 같았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에디트에게 잘 어울릴 물건을 찾느라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디트가 사다달래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동안 뭐 변변한 걸 사줘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
“그랬나요? 킬리언이 에디트를 잘 챙겨줬던 것 같은데…… 전에 목걸이도 사줬잖아요!”
리제는 킬리언을 위로하기 위해 끄집어낸 기억인지는 몰라도, 킬리언은 거기에 양심이 쿡 쑤셨다.
“……클리프가 네게 나머지 보석들을 다 안겨줬던 날 말하는 거야?”
“아…….”
“솔직히 그날은 클리프가 심했어. 적어도 에디트가 골라볼 수 있게는 해줬어야지. 내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너까지 곤란하게 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