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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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리겔호프가의 추잡한 범행을 돕지 않았습니다.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오히려 놈들에게 가장 많이 폭행당한 것이 에디트 아가씨입니다!”

이미 킬리언의 증언을 듣고 자신의 오해를 직감한 루드윅 공작이었지만, 납치 당일, 기사단보다 앞서 달려간 리넌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자세히 얘기해봐라.”

“그날, 황궁에서 황제 폐하의 암살 시도 사건이 벌어졌다는 소식과 그 때문에 수도 내 모든 파티가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왠지 느낌이 영 좋지 않아서, 고든 경께 공작 부인을 모시러 가는 게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마음이 급해서 먼저 출발했지요.”

저택을 지키던 기사단장 고든에게 들었던 것과 같은 내용이었다.

“멀리서, 드레스를 입은 여성 세 명이 검은 옷의 괴한들에게 끌려가는 게 보였습니다. 이미 두 명은 기절해 마차에 실리고 있었지만, 한 명은 끝까지 저항했습니다. 자신을 붙든 괴한을 떨어트리는 데 성공한 그 여인은 도망치는 게 아니라, 마차에 끌어 올려지고 있던 공작 부인을 내리기 위해 매달렸습니다.”

리넌은 침통한 표정으로 그 순간을 떠올렸다. 자신이 너무나 무력하게 느껴졌던 그 순간을.

“우리 기사단이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기에 만약 그녀가 조금만 더 버텼다면 그리 쉽게 납치가 이뤄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괴한 중 한 명이 마차에서 내리더니 그녀를 무자비하게 구타했습니다. 쓰러진 여인은 어두운 색의 머리칼이었고, 그녀를 때린 괴한은 분명…… 셰인 리겔호프였습니다.”

“정말이냐?”

“제 명예를 걸고 맹세합니다.”

공작의 얼굴에 당혹감이 내비쳤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는 에디트를 죄인 취급할 것이 아니라 영웅 취급해도 모자랄 판이었으니까.

그러나 곁에서 듣고 있는 킬리언에게는 에디트가 어딜 어떻게 다쳤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

“셰인 놈이 에디트의 어딜 어떻게 때렸는지, 혹시 기억하나?”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발로 배를…….”

“연약한 여자를 그런 식으로 때렸다고? 제 동생인데?”

킬리언뿐만 아니라 공작마저 놀라서 되물었다.

“저도 너무 놀라서 달려갔습니다만, 용병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아서 금세 포위당했습니다. 제가 놈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 셰인은 에디트 아가씨까지 마차에 싣고 도주한 겁니다.”

“제기랄…….”

킬리언이 이를 바득 갈았다.

에디트가 도대체 어디를 얼마나 다쳤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모진 대접을 받은 거지? 아무리 그래도 피붙이를…….”

“에디트 아가씨께서 리겔호프가에 완전히 등을 돌리신 게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가씨는 영지에 내려가는 것을 굉장히 기대하고 계셨고 영지를 발전시킬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 분이 루드윅 가문을 배신했을 리 없으니까요.”

“그랬단 말이냐…….”

공작은 뒤늦게 후회했고, 킬리언은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에디트가 영지를 발전시킬 계획을 혼자 곱씹으면서 얼마나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을까 싶어서.

그런데 그런 마음은 하나도 몰라주고 그녀가 내려가서 춥다고 징징대면 어쩌나 하는 것만 생각했던 저 자신이 너무 어리석게 느껴져서.

“그래서, 에디트가 처형당할까 봐 일어나자마자 달려온 건가?”

킬리언이 희미하게 웃으며 묻자 리넌은 무뚝뚝하면서도 어딘지 민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내 아내를 죽게 놔둘 것 같은가? 하지만 고맙네, 리넌. 덕분에 우리 아버지도 드디어 내 말을 좀 믿어주시는 것 같으니 말이야.”

그때, 처형장 한가운데서 히스테릭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섬뜩한 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소피아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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