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쳤어요?”
“미치지 않았으니까 한 일이죠.”
거친 욕설의 첫 자음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나는 최대한 흥분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요트 사건도 당신이겠네요, 그럼?”
역시나 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순순히 대답하니 오히려 맥이 빠졌다.
“속 시원히 얘기해 봐요. 도대체 왜 그랬어요? 왜 하필 나예요?”
나는 그녀에게 반쯤 허탈하게 웃으며 물었다. 아마 원작자에 조종당한 것일 테지만, 그녀가 뭔가 좀 더 그럴듯한 대답을 해 주길 바라면서.
그런데 가만히 바닥만 바라보던 리제가 갑자기 피식 웃었다.
“내가 상대했던 에디트들 중에 네가 최고였어. 그래도 내가 질 줄은 몰랐지만.”
“뭐……?”
리제가 반말하니까 나도 반말을 하긴 했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에디트‘들’?”
“넌 13번째 에디트야.”
“뭐?”
나는 그녀의 그 이상한 표현에 생각에 혼란이 왔다.
무슨 소리지? 내가 나도 모르는 새 13번이나 빙의했단 말인가?
“아니, ‘에디트들’ 얘기를 하기 전에 너에 대해서부터 말해봐. 넌, 누구야?”
불길하고도 기이한 예감에 나는 뜬금없이 리제의 정체를 물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내가 <집착은 사절합니다>의 원작자야. 너처럼 빙의했지. 내가 쓴 소설의 주인공에.”
너무 놀라면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지는 게 반사 조건인 모양이다. 나도 모르게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면.
“원작자라고? 이제까지 날 악녀로 몰고 가서 죽이려고 하던 원작자라는 존재가, 너였다고?”
“응.”
리제는 그게 뭐가 어쨌냐는 듯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왜…… 왜 그랬어?”
“왜 그랬냐니? 나는 영원히 이 세상의 주인공이어야 하고, 너는 날 질투하고 방해하다 죽는 악역이어야 하니까 그랬지. 그게 원작 내용이잖아?”
너무 뻔뻔하게 대답하니까 오히려 ‘어, 그런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멍이 다 가시지 않은 팔뚝을 한 번 꾹 눌러 정신을 바짝 차렸다.
“아까, 내가 13번째 에디트라고 했지? 그럼, 나 말고도 에디트가 더 있었단 말이야?”
“네 앞에 12명이 더 있었지.”
“어, 어떻게……?”
“내가 빙의시켰어.”
리제의 충격적인 고백에 정신을 붙들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 뭣 같은 빙의가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인 거였다니!
“왜?”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리제는 오히려 뻔뻔하게 답했다.
“어차피 죽은 목숨, 한 번 더 살 기회를 줬으면 나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냐?”
“누가 그거 물었어? 왜 빙의시켰냐고 묻잖아, 지금!”
내 언성이 높아지자 밖에서 킬리언이 문을 똑똑 두드렸다.
“괜찮습니까, 에디트?”
“후우…… 괜찮아요. 들어오지 마세요.”
내가 흥분을 간신히 가라앉히는 동안 리제는 문 쪽을 바라보며 서운한 표정을 짓다가 순순히 대답했다.
“난 리제에 빙의한 이래 계속 이 이야기를 살았어. 즐거웠지. 하지만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되니까 좀 지루하더라고.”
거기까지 들었을 때, 나는 내가 빙의된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리제는 내 눈치를 보지도 않고 계속 심드렁하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