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트.”
킬리언이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끌어안았다.
고혹적인 사향과 나무껍질의 향내 같은 것이 뒤섞인 그의 체취는 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한 달 정도만 몸을 사리고 있으면 됩니다. 저택 밖으로 되도록 나가지 말고, 다른 이들과 편지도 하지 마십시오.”
“설마 내 아버지가 내 시댁을 향해 영지전을 걸어온 이 마당에, 제가 신난다고 바깥을 나돌아 다닐까 봐서요?”
불만스럽게 꿍얼대자 킬리언이 또 쿡쿡 웃었다.
“그게 아니라…… 당신이 그나마 가끔 나가는 시내 나들이도 당분간은 참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당신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요.”
등을 토닥거리는 손길이 눈물 날 것처럼 다정했다.
“치이…… 누가 어린앤 줄 알아요? 당신이나 눈먼 화살에 맞지 않게 조심하세요.”
장난스럽게 말하면서도 그가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에 맞는 장면이 연상되어 소름이 돋았다.
‘다른 생각! 다른 생각! 이러면 꼭 데드 플래그 같잖아!’
나는 불안해지려는 기분을 환기하려고 벌떡 일어났다.
“아 참! 당신 주려고 만든 게 있어요.”
“나한테……?”
나는 곁에 둔 숄을 걸치고 서랍장을 열었다.
영지전이 선포됐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뜨기 시작해 어제 겨우 완성한 토시 한 쌍이 어설픈 모양새를 하고 얌전히 누워 있었다.
원통형으로 뜬 건데 저 혼자 알아서 회오리처럼 뒤틀어져 있는 게 인상 깊다.
그걸 바로잡아 보려고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겼더니, 회오리 모양은 그대로에 반대 방향 쪽으로만 늘어나 버렸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인데 실만큼은 좋은 걸 써서, 끼고 있으면 일단 보온 효과는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실패작이라는 소리였다.
“으음…… 그다지 예쁘지는 않은데, 그냥 기복 신앙 같은 거라고 생각하…… 아니, 그냥, 쓰다가 더러워지면 버려요.”
나는 민망한 얼굴을 하고 그 너덜너덜한 것을 킬리언에게 내밀었다.
가운을 입고 내게 다가온 킬리언은 21세기 미국의 근육질 남성 모델 같았는데, 그의 손에 들린 털실 토시는 비현실적인 그의 모습에 현실감을 끼얹어주었다. 지나칠 정도로 많이.
“풉!”
그래, 웃기겠지. 내가 봐도 웃겨.
킬리언은 눈을 잔뜩 휜 채 내가 준 토시를 앞뒤로 돌려보더니 고개를 쳐들었다.
“바자회의 자수 손수건 때부터 생각했지만, 손재주는 없는 편이군요.”
“아, 그것도 봤어요?”
“누가 볼까 두려워 세 장 다 내가 사버렸죠.”
“그걸 누가 샀나 했더니 당신이었군요! 고마워요. 사실 마지막까지 안 팔리고 남을까 봐 조마조마했었어요.”
“아하하하!”
쾌활하게 터진 그의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가 준 토시를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만지작거렸다.
“모양새야 그렇다 쳐도, 꽤 따뜻할 것 같군요.”
“실은 좋은 거 썼어요. 실력이 안 되니 재료에 투자하게 된달까요.”
“……잘 쓰겠습니다. 당신 생각하면서.”
기뻐 죽겠다는 얼굴을 하고 저런 말을 하는 건 좀 반칙이다.
나는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져서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킬리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내 목덜미를 잡더니 입 맞춰왔다.
미소가 가시지 않은 입술이 내 입술 위에서 장난스레 쪽쪽거리다가 슬그머니 맞붙었고, 보송보송하던 입술이 틈새를 갈라 혀를 들이밀더니 점점 질척거리는 소음이 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