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34 0 0
                                    


“……에디트도 오늘 아주 아름답구나.”

말하기 전에 조금 머뭇거린 게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아무 말 없이 지나갈 수도 있었는데 그가 용기를 내어 내게 칭찬을 건넸다는 뜻이니까.

“아버님께서도 오늘 정말 멋있으세요. 두 아들이 바짝 긴장해야겠는걸요?”

내 화답에 공작은 너털웃음을 터트렸고 우리는 분위기 좋게 황궁으로 향할 수 있었다.

루드윅가는 두 대의 마차를 나눠 타고 황궁으로 향했는데 나와 킬리언, 리제와 클리프는 마차 한 대로 함께 가게 되었다.

날씨는 완연한 가을이었고 공기도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황궁으로 향하는 큰길 양옆을 장식한 가을 단풍은 화사한 봄꽃만큼이나 아름다웠고, 1년 중 가장 큰 무도회로 향하는 귀족들은 모두 즐거워 보였다.

덩달아 설레는 마음으로 마차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킬리언이 내 옆구리를 살짝 찌르며 말했다.

“숄이라도 가져오는 편이 낫지 않았겠습니까?”

“네? 저요?”

킬리언은 드러난 내 어깨와 팔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는 괜찮아요. 바깥을 돌아다니는 것도 아닌데요, 뭐.”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괜찮다니까요. 다들 이렇게 입고 오잖아요. 리제도 저랑 크게 다를 거 없고.”

리제의 드레스에는 소매가 달려 있긴 했지만 시스루라서 있으나 마나 했다.

거기서 입을 다물었던 킬리언은 잠시 후 또 내 쪽을 바라보며 내 발을 툭 쳤다.

황궁에 가까워질수록 마차들로 밀려서 서행하고 있었는데, 그새를 못 참고 장난을 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가 내게 장난을 걸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그의 발을 톡톡 두 번 쳤다.

이 유치한 장난은 내 너른 치마폭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었기에 클리프나 리제는 알 수 없을 터였다.

“으흠!”

킬리언이 헛기침을 하는 척하며 피식 웃다가 다시 내 발을 톡톡톡 쳤다.

세 번부터는 빠르고 가벼운 발놀림과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있는 연기력이 필요했다.

나는 창밖을 내다보는 척하며 톡톡톡톡 발을 움직였다.

나와 킬리언은 어린애나 할 법한 장난을 치며 웃음을 터트리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감쳐물며 딴청을 피웠다.

그런데 우리의 장난은 생각보다 일찍 끝나게 되었다.

“아까부터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같지 않아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리제가 불안한 얼굴로 클리프에게 물었기 때문이다.

“별일 아닐 거야, 리제.”

“하지만 마차 어딘가가 고장 난 소음일지도 모르잖아요.”

“으음…… 글쎄, 그것보다는…… 사이좋은 카나리아 두 마리가 마차를 쪼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

“네?”

리제는 미간을 설핏 찌푸리다가 그다음 순간에야 나와 킬리언 쪽을 바라보았다.

“어…… 걱정을 끼쳤다면 미안해요. 놀랐어요?”

“정말로 마차가 부서질까 봐 걱정한 거야?”

나와 킬리언이 민망한 미소를 지으며 묻자 리제는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긴장하지 마, 리제. 오늘 너는 무도회의 주인공이 될 거야.”

클리프는 리제가 긴장한 탓에 예민해졌다고 여겼는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 맞추었다.

나는 킬리언 앞에서 거리낌 없이 애정 행각을 벌이는 클리프를 보며 조마조마했지만, 킬리언은 살짝 시선을 돌렸을 뿐 얼굴이 굳거나 슬퍼 보이지는 않았다.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