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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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리제. 괜히 나 때문에, 험한 말을 들었네…… 전 진짜, 진짜로 괜찮아요.”

“에디트!”

리제가 내 앞으로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킬리언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내 속내를 가늠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 한눈에 보기에도 죽을 둥 말 둥 한 내가 괜찮다고 박박 우기니 의심스럽기도 하겠지.

“난 못 믿겠는데.”

아니나 다를까, 클리프는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리제가 독살 미수범으로 몰렸다는 것 자체가 불쾌한 것처럼 보였다.

클리프는 나와 소피아를 싸늘하게 바라보다가 하녀를 몇 불렀다.

그러고는 하녀들을 시켜 내 방을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뭐, 뭐 하시는 겁니까!”

소피아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지만 클리프의 흉흉한 기세 앞을 막아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별걱정 없었다. 독은 소피아가 넣었을 테고, 내 방에서 그런 독이 발견될 리가…….

“이건 뭐죠?”

……없는데 왠지 망한 것 같다.

그의 손에는 투명한 물약이 든 작은 유리병이 잡혀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의심스럽게 병에는 해골 그림이 그려진 종이가 붙어 있었고.

‘누가 뭐래도 저건 독약이다. 분명해.’

클리프라고 해서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리고 클리프의 시선은 내게 향하고 있었다.

“그건…… 제 물건이…… 아닌데요.”

“흥미롭군요. 그럼 누가 당신 방 도자기 장식 안에 이런 걸 숨겼을까요?”

클리프는 조소를 띤 채 그 작은 약병을 내 앞에서 흔들어대며 추궁했다.

입은 웃고 있는데 그의 눈빛만큼은 당장이라도 내 목을 조를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리제가 그에게 매달렸다.

“클리프! 에디트는 환자예요. 환자한테 이게 무슨 짓이에요!”

“하지만 리제!”

“에디트가 자기 물건이 아니라잖아요. 왜 피해자인 에디트를 몰아세워요? 그리고 그게 그냥 화장수이거나 비상약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리제가 열심히 나를 변호해 주고 있었지만 나는 클리프가 든 저게 내가 먹은 독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소피아의 얼굴이 전에 없이 초조하거든.

‘그걸 또 이 방 안에 뒀냐? 어휴…… 누구더러 멍청하대?’

차라리 밖에 버리기라도 하지.

하긴, 그래서야 에피소드의 진행이 안 되겠지.

약병 찾기가 어려워지고 약병의 주인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에피소드가 너무 길어지니까 작가도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하려 들었겠고.

나는 길게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나를 쳐다보는 킬리언의 시선마저 지금의 나한테는 버거웠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가 되자 약병 안에 들었던 게 복통과 구토를 일으키는 독이라고 판명 났다.

뭐,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앞날이 막막하기는 했다.

클리프는 내가 리제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자작극을 벌였다고 화를 냈고, 클리프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곧바로 방을 뒤지다니, 미친 거 아니야? 짜증 나게…….”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소피아는 내 곁에서 짜증을 내고 있었다.

“똑똑한 척은 다 하더니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네.”

침대에 누운 채 소피아에게 이죽거렸더니 소피아는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다가 그대로 내 배를 주먹으로 쳤다.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