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어머니를 걱정시켜 드릴 수는 없다, 이거구만?’나 역시 내 기분이 어떻든 간에 시어머니 앞에서 찬바람이 쌩쌩 부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풍성하게 늘어트린 머리칼을 그러모은 뒤 고분고분 목을 내주었다.
결혼반지를 끼울 때조차 접촉하기 싫어하던 사람이, 이번엔 웬일인지 평범하게 목걸이를 채워주었다.
하지만 그의 손이 조금 떨리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고 느꼈다.
‘싫은 걸 꾹 참고 있나 보네.’
나는 일부러 그의 속을 더 뒤집어 놓으려고 수줍은 표정을 가장하며 물었다.
“어때요, 킬리언?”
누가 보면 깨가 쏟아지는 신혼부부처럼 보이겠지만 킬리언은 아마 죽을 맛일 것이다.
지금도 날 보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있지만, 어금니를 꽉 깨문 게 다 보였다.
그는 내 얼굴과 목과 목걸이 주변을 한참 바라보더니 겨우 대답했다.
“괜찮군요.”
“정말요?”
그는 미간까지 살짝 찌푸리며 고개만 끄덕이고는 보석상에게 말했다.
“이 목걸이의 계산서는 내게 주게.”
“어머, 킬리언! 신부에게 주는 첫 선물이구나!”
공작 부인은 기쁜 듯이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아마 나와 킬리언의 사이를 꽤 걱정했던 모양이다.
대답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그를 보며 나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사실 여기에 올 때와는 달리, 지금은 기분이 꽤 좋아진 상태였다.
‘마누라는 미워 죽겠는데 어머니는 안심시켜 드려야겠고, 아주 짜증 나 죽겠지? 흥! 쌤통이다.’
싫은 아내에게 내키지 않는 선물을 사줘야 하는 킬리언 앞에서 클리프는 보란 듯이 나머지 보석을 전부 리제에게 선물했다.
“클리프! 리제 것으로 그걸 다 사버리면 에디트는 어쩌라고……!”
공작 부인이 클리프를 타박했지만 어차피 다들 한통속이니 나는 점잖게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어머님! 따로 사고 싶은 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저는 이 목걸이가 정말 마음에 들었거든요.”
킬리언은 얄미웠지만 목걸이가 마음에 들었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물론 커다란 보석을 얻었다면 내 비자금 금고가 빵빵해졌을 테지만, 이름 있는 보석들은 나중에 팔았을 때 꼬리를 밟힐 위험이 있으니까.
게다가 이 정도는 그냥 매일 착용하는 액세서리로도 무난하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들었는지 킬리언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나는 더욱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선물 고마워요, 킬리언. 소중히 간직할게요.”
그의 목울대가 크게 움찔거렸다.
더 도발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는 그 정도로 놀리는 걸 멈췄다.
그나저나 에피소드의 흐름이 달라졌는데도 결과는 똑같았다.
모두의 사랑이 담긴 보석 선물을 잔뜩 받은 리제와 킬리언이 마지못해 사준 작은 목걸이 하나만 달랑 받은 나.
‘이거 왠지 좀 걱정되네.’
설마,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는 건 아니겠지……?
* * *
한동안 나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냈다.
걱정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킬리언도 시비를 걸지 않았고, 공작 부인의 일을 도우며 신뢰를 쌓는 것도 순조로웠다.
하지만 사건은 언제나 기습적으로 벌어지는 법이다.
“아가씨 앞으로 온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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