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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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는 이미 클리프가 앉아 있었고, 뒤따라온 킬리언도 싸늘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이 자리의 호스티스인 리제는 손님들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고 오늘 마련한 다과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나는 클리프와 킬리언이 잔을 들자 같이 차를 홀짝거렸다.

‘커피가 그립긴 하지만, 이것도 나쁘진 않네.’

리제가 내준 차는 공작가에서 마시는 차답게 향기로우면서도 어딘지 달콤했고, 뒷맛이 깔끔했다.

내가 차 맛에 감탄하고 있을 때, 맞은편에 앉은 클리프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내가 이제까지 본 남자 중 두 번째로 잘생긴 남자라서 나도 모르게 심장이 크게 뛰었다.

“이곳에서의 생활에는…… 잘 적응하고 계신 것 같더군요.”

도대체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듣고 하는 말인지 참 궁금했지만 나는 태연하게 웃어 보였다.

“공작가의 모든 분이 저를 배려해 주신 덕분이죠, 뭐.”

“하지만 벌써 어머니의 일을 돕는 건 너무 이른 게 아닌가요? 신혼인데…… 킬리언과 여행이라도 다녀오시는 건 어떠십니까?”

그 말에 킬리언의 눈빛이 대번에 흉흉해졌다.

‘아하! 날 이용해서 킬리언을 떼어내려는 거구만?’

나는 리제를 둘러싼 형제의 사랑싸움을 코앞에서 구경하게 된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생겼네.

“으음, 글쎄요. 킬리언이 워낙 바쁘신 듯해서…….”

“킬리언이 바쁘다뇨. 요새 하는 일도 없는데.”

그러자 킬리언이 코웃음 치더니 반격했다.

“형이야말로 이제 슬슬 영지 시찰을 나가보는 게 좋지 않겠어? 겨울도 다 지났잖아.”

“흐음…… 하긴 그렇지. 리제, 영지 시찰 같이 갈래? 전에 여행 한번 해보고 싶댔잖아.”

아이쿠, 역시 남주가 서브 남주보다는 한 수 위다.

그 사이에서 당황하는 건 리제뿐이었다.

“아, 저, 저는…….”

“왜 리제를 곤란하게 해? 리제, 형의 말은 신경 쓸 필요 없어.”

“하지만 여기서 내가 없어지면…… 너 때문에 리제가 더 곤란해질 것 같아서 말이야.”

리제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나를 향했다가 멀어졌다.

킬리언이 리제를 사랑한다는 건 호사가들의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고 잡아뗄 수 있었다. 조금 억지스럽긴 하지만, 우애 좋은 남매처럼 지내는 거라고 우겨볼 수 있을 것이다.

클리프가 킬리언과 함께 리제 주변을 얼쩡대는 지금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클리프가 영지 시찰을 나간 뒤 킬리언이 리제 옆을 떠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똑같은 상황이라도 그 둘은 순식간에 남녀 관계로 보일 것이다.

킬리언이 리제를 사랑하는 게 사실이며, 유부남이 되었어도 그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탓에 루드윅가에서 에디트가 찬밥 신세라는 소문이 금세 퍼져 나갈 것이다.

리제에 관해서는 더 안 좋은 소문이 나겠지.

‘역시, 고작 1년 먼저 태어났어도 형이랄까, 머리 굴리는 수준이 다르네.’

나는 약간 관전자의 기분이 되었다.

그 와중에 리제가 마련한 다과는 정말 맛있어서, 나는 팝콘 대신 에클레어를 먹으며 형제 싸움을 구경했다.

클리프는 내 태연한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부드럽게 웃으며 내게 공을 넘겼다.

“에디트 양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네? 무슨 생각이요?”

“저만 이 저택을 떠나 있는 것에 대한 의견이요. 다시 말해, 리제와 킬리언, 그리고 당신이 남을, 그 상황 말입니다.”

빙글빙글 웃고 있는 클리프와는 달리 킬리언과 리제의 표정은 불쌍하리만치 굳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킬리언이 불쌍해서라기보다는 이 싸움에 나를 끌어들인 클리프의 행태가 좀 짜증 나서 삐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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