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트……?”
“아, 리제. 거기서 뭐 해요?”
“문단속을 확인하고 있었어요. 에디트는 이 시간에 왜…….”
“저도 문단속을 확인하고 있었죠. 우리, 긴장한 티 엄청 나네요.”
나는 싱겁게 웃었다.
전생의 에디트가 잠김 방지 장치를 해두었던 곳에 리제가 있어서 좀 놀라긴 했지만 리제는 그저 문단속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게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하는 건가?’
나는 리제에게 다가가 뒷문을 잠근 채 문고리를 잡고 몇 번 흔들어 보았다.
문은 제대로 잘 잠긴 채였다.
“여기는 괜찮은 것 같네요. 저와 안나는 동쪽 복도를 확인했어요. 이제 서쪽 복도로 가볼 생각이에요.”
“저는 서쪽 복도를 확인하고 온 건데…….”
“그럼 이제 리제는 동쪽 복도를 확인하고 저는 서쪽 복도를 확인하면 되겠네요. 두 번씩 확인하면 더 정확할 테니까요.”
“그렇겠네요.”
나는 아직도 안색이 창백한 리제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안나와 함께 서쪽 복도를 향해 걸었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거야. 아무 일도…….’
나는 주문이나 되는 것처럼 그 말을 반복해서 외웠다.
가문에 협조하라는 리겔호프가의 마지막 통보도 거절했고, 뒷문에 이상한 장치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매일 저택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수면향 같은 게 있지는 않은지 확인할 테고, 수면향만 없다면 저택이 간단하게 점령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게 혼자 괜찮을 거라고 되뇌며 저택의 문단속을 확인한 지 일주일째 되는 밤이었다.
나는 평소처럼 안나가 창고 쪽 통로를 확인하는 사이 뒷문을 확인했다.
‘응?’
평소에는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린 뒤 단단히 잠기던 뒷문이 잘각잘각 하는 소리가 나면서 잘 잠기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설마……!’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안나가 아직 창고 쪽 통로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뒷문을 열어 잠금쇠가 들어가는 구멍 안쪽을 더듬었다.
네모나고 이질적인 감촉의 뭔가가 만져졌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나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손톱으로 그 ‘뭔가’를 끄집어내어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다시 뒷문을 닫았다.
철컥.
평소와 똑같은 소리가 나며 뒷문이 단단히 잠겼다.
오싹한 감각과 함께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것 같았다.
“아가씨……?”
“어! 어어?”
안나인 줄 알았는데 세탁물을 가져가던 하녀 하나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거기서 뭐 하세요?”
“매, 매일 밤 문단속을 확인하고 있어. 너는…… 시간이 늦었는데 여태 일을 하고 있니?”
“아뇨. 이건 그냥 제 개인 세탁물이에요.”
“그렇구나…… 늦었는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네, 그럼…….”
하녀는 내게 인사를 꾸벅하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하아아…….”
“아가씨?”
“어! 다, 다녀왔어?”
한숨 돌리려는 찰나, 다시 나를 부르는 안나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나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그마저 안나가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