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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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가씨 덕분에 사뮤엘 아저씨가 무사할 수 있었다고 소문이 퍼져서, 다들 아가씨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뭐? 저, 정말?”

안나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녀 역시도 사뮤엘이 나쁜 마음을 먹었을 리 없다며 날 설득하려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안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내 팔을 잡아끌고 더 으슥한 곳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더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사실 얼마 전에 사비나라는 하녀가 사라졌는데요.”

“뭐? 사라져?”

사비나라는 이름이 왠지 익숙하다 했더니 얼마 전에 클리프에게서 들은 이름이었다.

그때는 분명, 평판이 좋으면 승진시키려 한다고 했으면서……!

“사라졌다는 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입니다. 짐은 다 있는데 사람만 없어졌어요.”

“세상에…… 아직도 못 찾았고?”

“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그 아이가 사라지기 며칠 전부터 주변에 에디트 아가씨가 리제 아가씨의 자수 실에 독을 바르는 걸 봤다는 얘길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뭐?”

너무 놀란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를 꽥 질렀고 안나는 다급하게 내 입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조만간 클리프 님께 고하겠다고 얘기를 했다는데, 갑자기 사라진 겁니다. 그래서 다들 에디트 아가씨가 그 아이의 실종과 관련 있을 거라고 떠들고 있었거든요.”

황당한 일이었다.

그럼 클리프는 나를 떠보기 위해 물어봤던 건가?

“그, 그래서? 지금은 뭔가 좀 달라졌어?”

“네. 목숨이 위험했던 일에도 사뮤엘 아저씨를 구제해 주신 아가씨께서 헛소리하는 하녀 계집애를 어쨌을 리가 없다며 다들 생각을 바꾼 것 같습니다.”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생각도 못 한 채 작게 고개만 끄덕였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난 사비나라는 그 하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 이름도 클리프 님한테 처음 들었고.”

“제가 아가씨 곁에 거의 항상 붙어 있었는데 아가씨가 제게 안 들키고 하녀를 없애셨을 리는 없죠.”

“그 말 좀 클리프 님한테 해줄래?”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고마워.”

깊게 한숨을 내쉰 나는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리넌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아가씨. 오랜만에 뵙는군요.”

여전히 무감정한 목소리로 리넌이 나를 맞아주었다.

“오랜만이에요, 리넌. 일을 돕는다면서 이렇게 자주 빠져서 내가 리넌 볼 면목이 없네요.”

“이번에는 익사할 뻔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바람 잘 날이 없군요.”

“그러게 말이에요.”

또 한숨이 나왔다.

나도 정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라고.

“사실 이제까지 아가씨께서 못 나오시는 이유를 대략적으로밖에 듣지 못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좀 자세히 들려주시겠습니까?”

지금 리넌, 화를 좀 참고 있는 것 같은데…….

하긴, 직장 상사 입장에서 보자면 열받을 일이긴 했다.

윗선에서 신입이라고 낙하산 하나 꽂아 넣었는데 이게 허구한 날 별별 핑계로 일을 빠지니, 새 사람을 구할 수도 없고, 일은 두 배로 하는 꼴 아니겠는가.

나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그동안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되도록 내 감정을 넣지 않고 팩트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째 다 내가 범인 같아져서 좀 찝찝했다.

‘이러다 리넌까지 날 이상하게 보는 거 아냐?’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데 리넌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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