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를 한 바퀴 돌까요?”“그러지.”
늘 하던 일인 것처럼 사뮤엘과 킬리언은 요트로 호수 한 바퀴를 돌자고 했다.
나는 여유로운 기분을 만끽하며 햇빛이 부서지는 새파란 수면을 구경했다.
간간이 작은 물고기들이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저기 봐요, 킬리언! 어! 또!”
“몸을 너무 바깥으로 내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하지만 바람도 한 점 없었고 요트는 조금도 기울지 않았다. 그랬기에 킬리언도 나를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았다.
여자 한 명이 배를 기울게 할 리는 없었으니까.
나는 뱃전에 매달려 튀어 오르는 물고기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런다고 물고기들에게 닿을 리는 없었지만, 서늘한 물기운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킬리언은 그런 나를 웃으며 지켜보다가 바닥에 늘어진 밧줄을 감아 정리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어……?”
수면이 갑자기 눈앞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몸이 기울어졌다는 것은 그다음에야 깨달았다.
“꺄악!”
“에디트!”
멀리서 킬리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런다고 내가 중력을 거스를 수 있었을 리 없다.
이게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느리게 시간이 흐르는 것 같더니, 이내 나는 차가운 호수 속으로 빠져 버렸다.
“푸흡! 콜록, 콜록! 키, 킬리언……!”
이게 무슨 망신인가.
나는 그때만 해도 그저 킬리언에게 타박 들을 일이나 걱정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쩌다 물에 빠지게 됐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몸을 너무 바깥으로 빼지 말라던 그의 주의를 제대로 듣지 않았으니 잔소리깨나 듣겠지 싶었다.
“에디트! 이걸 붙잡아!”
킬리언이 내 쪽으로 밧줄을 던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내가 그쪽으로 손을 뻗으며 다리를 휘저은 순간, 드레스 치맛자락 끝이 구두 굽에 걸리며 엉켰다.
“헉!”
갑자기 드레스가 무겁게 느껴지며 몸이 가라앉았다.
사지를 버둥거렸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요트에서 멀어졌다.
“에디트! 에디트!”
자꾸 물 때문에 시야가 가렸다.
코와 입으로 비린 호숫물이 넘어와 숨이 막혔고, 차가운 공포가 엄습했다.
‘침착하자! 여기서 내가 죽을 리 없어. 날 죽일 사람은 킬리언이니까, 여기서 죽을 리 없어!’
나는 그 생각을 되뇌며 당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멀리서 킬리언이 베스트를 벗는 게 보였다. 물에 뛰어들려는 것 같았다.
‘안 돼! 위험한데!’
킬리언이 오지 못하게 막아야 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할 때 막무가내로 입수하면 안 된다는 걸 배운 기억이 있다.
밧줄이나 튜브를 먼저 내 쪽으로 던져야 하는데…… 그런데 왜 요트가 저렇게 멀리 있지……?
간신히 구두를 벗어서 발은 자유로워졌지만, 물이 차가워서인지 정신이 점점 멍해졌다.
허우적거리던 팔다리에서 힘이 빠지고 내 몸이 가라앉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숨이 막혔다.
물속에 완전히 잠겼는지, 사방이 적막했다.
그리고 아나운서 언니의 목소리가 들린 것도 그때였다.
[에디트 루드윅이 악녀로서 사망하면 이야기가 원래의 궤도를 되찾습니다. 사망까지 앞으로 3분.]
말은 알아들었는데 뜻을 파악한 건 한 박자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