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서룩스 후작 부인의 눈물은 이른 것이었다.
소년을 노예 경매장에서 찾았으며, 모진 고생을 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그녀는 거의 혼절할 뻔했다.
“이러다 시에라가 큰일 나겠다. 일단은 요한의 건강이 괜찮은지 의원을 부르고, 시에라도 좀 진정시켜야겠구나.”
황제는 잃어버렸던 아들을 찾은 동생 내외를 달래다 리제를 쳐다보았다.
“그래, 요한을 찾은 게 루드윅 부인이라고?”
“예, 폐하. 장소를 착각해 들어선 노예 경매장에서 우연히 발견했다고 합니다. 리제가 요한을 구했어요!”
카트린은 리제를 더 띄워 주려고 했지만 리제는 손사래 쳤다.
“정말 우연한 일이었고, 그저 어린아이가 불쌍해서 거둔 것뿐입니다. 이런 사정은 하나도 몰랐고요.”
“하긴, 몰랐겠지. 극비에 부치고 있던 일이니.”
황제는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작스럽겠지만 자네의 시동이 내 조카 같군. 집에 돌아가 있으면 내, 이에 합당한 보상을 결정해 연락하겠네.”
“황송하옵니다, 폐하.”
리제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예의 바르게 인사한 뒤 공작저로 돌아왔다.
‘좋아. 원작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에디트가 올라오기 전에 황실 훈장 대상자로 발표될 거야.’
그렇게만 된다면 저에게 마음을 닫은 공작 내외도, 클리프도 다시 돌아와 줄 것이라고, 리제는 철석같이 믿었다.
* * *
5년 전, 황제의 막냇동생인 서룩스 후작과 그의 아내 시에라는 팔다리가 뜯겨 나가는 것 같은 고통스러운 일을 겪었다.
황궁에서 열린 야외 연회에서, 그들의 사랑스러운 막내아들 요한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가 헤매다 길을 잘못 들었겠거니 생각하며 사람을 풀어 황궁 안을 찾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정원을 뒤지던 병사들이 요한의 신발과 옷가지, 그리고 ‘이 일을 떠벌렸다간 아이를 죽이겠다.’라는 쪽지만 들고나왔을 때, 그들은 이게 납치 사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초조하게 납치범들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정말 황당하게도 일주일 넘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때부터 서룩스 후작가와 황실에서는 요한을 찾기 위해 사람을 풀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혹시나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사기를 치거나 요한을 납치한 일당이 요한에게 해를 끼칠까 봐 요한의 실종은 극비에 부쳤다.
그러고도 5년이나 찾지 못했던 아이를, 리제가 노예 경매장에서 찾아온 것이다.
서룩스 후작은 내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돌이 사라진 것처럼 가뿐했다.
“도련님께서는 건강하십니다. 과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 건 머리를 다쳤다기보다는 납치 당시의 충격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5년이란 과거를 잊을 만큼 긴 시간이지요.”
진찰을 마친 의원의 말에 안타까움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몸이 건강하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시에라는?”
“마님께서는 요한 도련님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계십니다.”
“그래, 그동안 그 사람이 제일 마음고생이 심했으니까.”
여덟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들을 잃은 어미의 심정이 어땠겠는가.
서룩스 후작은 오랜만에 편안하고 기쁜 마음을 만끽했다.
그러나 요한과 대화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시에라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뭔가 잘못됐다는 걸 바로 눈치챌 정도로.
“시에라……?”
“여보. 뭔가 이상해요.”
“이상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