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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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왜 독까지 집어 먹어서는……! 위험한 짓이라는 것도 모릅니까?”

제 속이 다 문드러지는 것 같았다.

저렇게 아파할 거면서 도대체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에디트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까지 자기가 범인이 아니라고 했다.

“난 아니라고요!”

이상하게도 그녀에게서는 난 아니라는 항변만 계속 듣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증거가 나온 상태에서마저 저토록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정말 아닌 걸까? 하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벌인단 말이야!’

그런 의혹에 휩싸여 있는데 눈물을 감추기라도 하려는 듯 이불을 뒤집어쓴 에디트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할 말 없으면…… 돌아가 보세요.”

킬리언은 그때 깨달았다.

에디트는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다.

킬리언은 그게 왠지 화가 났다.

‘차라리 나한테 다 털어놓고 매달리라고! 지금 자길 도와줄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 아니면, 내가 미덥지 못해서?’

이게 화가 나는 건지, 아니면 다른 감정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이 감정이 에디트를 향한 것인지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뭔가를 더 말하려 했지만 뭘 말해야 할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결국 어금니를 꽉 물고 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에디트에 대한 정의할 수 없는 감정만 잔뜩 품은 채로…….

* * *

날 살린 것은 리제였다.

“에디트가 그랬을 리 없어요.”

“하지만 거기서 그 여자가 먹은 것과 똑같은 독이 나왔잖아!”

“에디트는 모르는 거라잖아요. 에디트가 저를 정말 범인으로 몰려고 했다면, 왜 일어나자마자 자신이 체했다고 했겠어요?”

“그래야 자기가 결백해 보일 거라고 생각했겠지.”

“애초에 백작가의 친딸이자 이미 킬리언의 아내가 된 에디트가, 뭐가 아쉬워서 저를 해코지하려고 했겠어요?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런 류의 언쟁이 오간 것 같기는 했지만 ‘킬리언이 너를 사랑하니까!’라는 대답을 대놓고 할 수 없는 이 집안 사람들로서는 리제의 의견을 꺾을 수 없었다.

거기다가 리제는 그들의 양심을 찌르는 말로 쐐기를 박았다.

“지금 에디트는 몸도 안 좋은데, 확실치도 않은 일을 가지고 몰아붙이는 건 너무 잔인해요! 에디트는 저와 동갑인 아가씨일 뿐이라고요!”

결국 공작가 사람들은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내가 범인이라고는 믿었지만, 리제의 의견을 존중해 나에게 그 벌을 내리거나 죄를 묻지는 않기로.

사실 소피아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받으며 가장 궁금했던 건 킬리언의 반응이었지만, 그걸 소피아에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어쨌든 리제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나고 보니 여태 리제를 의심해서 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나 때문에 독살범으로 몰릴 뻔했는데 참 대단한 자비심이다. 역시 주인공이랄까.’

사실 원작에서도 이런 식으로 흘러가다가 에디트가 범인이었다는 것으로 결론 나고, 실제로 범인이었던 에디트는 리제에게 사죄한 끝에 겨우 내쫓기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나는 스스로 독을 먹지 않았지만 소피아에 의해 벌어진 이 상황은 내가 범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리제는 사죄하지도 않은 나를 감싸주었고, 덕분에 나는 큰 추궁 없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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