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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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괜찮아요. 하지만 당신 안색이 너무 안 좋은걸요.”

“당신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나라고 멀쩡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감동이네. 정말로 나한테 마음 좀 생긴 것 같은데?

나는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그의 떡 진 머리를 살살 빗어 정리해 주었다.

“나, 얼마나 자고 있었던 거예요?”

“사흘입니다, 에디트. 당신 지금, 사흘 만에 눈 뜬 거야.”

“네? 사흘이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게까지 오래 잔 느낌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얼른 상황을 수습해 봐야 했다.

“킬리언.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배가 오작동을 일으켰다고 들었어요.”

“지금 조사하는 중입니다. 요트를 조사해 보니 조종간의 중요한 나사들이 풀려 있었습니다. 사뮤엘이 제 일을 소홀히 했거나,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킬리언.”

“에디트……?”

아마 원작에서는 언급도 되지 않았을 엑스트라지만, 이미 내 세계에서는 ‘사뮤엘’이라는 이름까지 얻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원작자의 놀음에 허무하게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이렇게 금방 들킬 짓을 왜 했겠어요? 심지어 그도 같이 배에 타고 있었잖아요. 그는 아마 꼼꼼히 살폈을 거예요.”

킬리언이 한숨을 쉬며 나를 껴안았다. 그러고는 내 귀에만 들릴 목소리로 소곤댔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건 누구인지 모를 범인에게 보여주려는 경고일 뿐입니다.”

“킬리언……!”

“물론 사뮤엘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무런 단서가 없군요.”

증거가 남지 않은 범행을 조사해야 하는 데 따른 답답함이 그의 목소리에서 묻어났다.

그러나 신이나 다름없는 원작자가 개입한 이상, 증거를 찾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번 일의 범인은 그렇게 쉽게 잡히지는 않을 거예요. 반대로 말하자면, 저쪽에서 아주 작정하고 손을 썼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작정이라면…… 당신을 죽일 작정……?”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킬리언 당신, 수영 잘하죠?”

킬리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

“그러니 아마…… 저를 노린 거겠죠.”

“하지만 왜…….”

“누가 했는지를 알아야 왜 했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킬리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더 꽉 껴안았다.

“지금은 몸 추스르는 것에만 신경 쓰십시오.”

그의 단단한 품에서, 나 역시 처음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늦었지만, 구해줘서 고마워요.”

“나야말로, 살아줘서 고맙습니다.”

나는 킬리언의 품을 한참이나 더 즐기다가 고개를 들었다.

“사뮤엘을 벌하지 마세요. 진범이 따로 있을 텐데 죄 없는 사람이 고초를 겪는 건 공정하지 못해요.”

“그가 일부러 고장을 냈거나 당신을 해하려 하지 않았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그날 요트를 다시 한번 확인하지 않은 건 그의 잘못이니, 그도 벌을 받기는 해야 합니다.”

“다들 귀족들의 실수는 너그러이 넘어가잖아요. 그런데 왜 평민의 실수에 대해서는 그리도 매정한가요?”

미간을 구긴 킬리언이 한숨을 쉬며 답했다.

“못 배운 이들에게는 확실한 교육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하지만 나는 거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