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윽……!”
과거를 떠올려 보려는데 갑자기 두통이 엄습해 왔다.
오랜만에 느끼는 강렬한 통증이었다.
킬리언은 서둘러 책상 서랍 속의 두통약을 꺼내 먹었다.
그리고 마침 그때, 누군가가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누구냐.”
“도련님. 사뮤엘이 뵙기를 청합니다.”
“사뮤엘이……?”
에디트가 사뮤엘을 놔주라고 해서 놓아주고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가 왜 또 보자는 걸까.
“들여라.”
진통제가 서서히 퍼지는지, 두통이 점점 가라앉았다.
그리고 밖에서 사뮤엘이 쭈뼛거리며 들어왔다.
“앉지.”
“아, 아닙니다. 귀한 가구가 더러워집니다.”
킬리언은 한숨을 쉬며 혼자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할 말이 더 남았던가?”
“그, 그것이…….”
“난 질질 끄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알 거라고 생각하네만.”
“죄, 죄송합니다! 조종간의 나사들을 풀어둔 건 맹세코 제가 한 짓이 아닙니다. 저는 그 전날 분명히 모든 부분을 다 확인하고 돌아갔습니다.”
“사흘 동안 했던 말을 또 하러 온 건 아니겠지?”
“그, 그런데…… 아까 돌아가다 보니 갑자기 한 가지가 떠올라서…….”
그제야 킬리언의 눈빛에 이채가 돌았다.
“뭔가?”
“사고 전날 밤에…… 클리프 도련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도련님의 요트 안에서 꺼낼 게 있으시다고 해서 제가 도련님을 따라 나갔는데, 그사이에 제 오두막을 잠그지 않고 나갔습니다.”
애버튼 호수 근처의 그의 오두막에는 사뮤엘 혼자 살고 있었고, 그 안에는 루드윅가의 요트와 관련된 열쇠들이 전부 보관되어 있었다.
“그 틈에 누가 열쇠를 훔쳐 내 요트의 조종간을 손봐뒀다기에는…… 글쎄, 자네가 그렇게 자리를 비울 줄 어떻게 알고.”
“그, 그렇긴 합죠. 그냥…… 그 얘길 안 했던 것이 떠올라서…… 그, 그래도 문단속을 제대로 안 한 것과 출발 전에 확인하지 못한 건 제 죄가 맞습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자신의 죄를 고한 사뮤엘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왜 자백하는 건가? 입 닫고 있었다면 넘어갔을 텐데.”
에디트가 용서하겠다고 하고 사뮤엘을 보내줬으니, 그가 입만 다물고 있었으면 이렇게 벌벌 떨 일도 없었을 것이다.
“에, 에디트 아가씨께 죄송해서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친절하고 자비로우신 분인데…… 제가…… 제가 멍청한 짓을 저질러서…… 흐흡…… 죄송합니다…….”
50대의 사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잘못을 빌었다. 에디트에게 미안하다면서…….
회초리질과 협박으로도 끌어내지 못했던 ‘기억’을, 에디트의 용서가 끌어냈다.
킬리언은 평민들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못 배운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더 용서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에디트를 떠올리며 옅게 웃었다.
“일어나게, 사뮤엘.”
“흑, 흐흑…….”
“에디트는 자네가 일부러 나쁜 짓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매수됐을 리 없다고 믿었네. 그러니…… 나도 믿겠네.”
“도련님……!”
“사흘 동안의 고초로 자네의 실수에 대한 벌을 갈음하지.”
“가,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
뭔가 묘한 느낌에 킬리언은 뒤늦게 한 가지를 더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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