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플래시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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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어. 조금 이르긴 하지만, 소피아를 등장시켜야겠어.’

초조해진 리제는 원작을 살짝 비틀어 에디트와 셰인을 마주치게 했다.

예상한 대로 에디트는 셰인에게 반항했고, 며칠 뒤 셰인은 소피아를 이끌고 공작저에 들이닥쳤다.

‘반항하면 소피아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분명 원작의 에디트처럼 리겔호프가의 음모를 돕게 될 거야.’

여태 폭력 앞에서 굴하지 않은 에디트는 없었다.

그래서 소피아의 등장은 맨 마지막까지 아껴 두려 했지만, 예상보다 킬리언의 감정 변화 폭이 너무 커서 일찍 등장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에디트는 소피아에게도 굴하지 않았다.

‘미친 거 아니야?’

리제는 소피아에게 맞고, 식사를 굶어 가면서까지 반항하는 에디트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뭘 어쩌려고 저러는 거지?’

그렇게 고생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에디트가 제 처지를 드러내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니었다.

킬리언 앞에서는 언제나 도도한 에디트였다.

‘흥! 그런다고 원작이 바뀌지는 않는단다.’

리제는 복숭아 파이를 멍하니 쳐다보는 굶주린 에디트를 보며 천사처럼 웃었다.

원작에서 나왔던 ‘독 케이크 자작극 사건’은 금세 ‘독 파이 자작극 사건’으로 둔갑해 벌어질 수 있었다.

독을 먹었다가 눈뜬 에디트가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자기는 체한 것뿐이라며 소피아를 말렸지만, 이미 시작된 에피소드는 멈추지 않았다.

클리프는 원작대로 방을 뒤져 독약 병을 찾아냈고, 에디트는 자작극을 벌였다는 의심을 받았다.

‘자, 이제 포기해, 에디트.’

리제는 천사의 탈을 쓰고 에디트를 구명하면서도 원작과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 절망할 에디트를 기대했다.

1단계 예외 조건을 충족했는데도 여전한 그녀의 상황에 절망하기를.

그래서 에디트가 ‘자수 실’을 선물로 가져왔을 때 리제는 원작처럼 거기에 독이라도 발린 줄 알았다. 물론 곧 실망하게 되었지만.

‘노력하는 건 알겠는데, 미안하지만 소용없어. 너는 악녀로 죽을 거고, 나는 영원한 주인공으로 남을 거야.’

속으로 에디트를 비웃은 리제는 자수 실에 독을 발라 증인이 되어 줄 하녀들 앞에서 자수를 놓았고, 곧 얼굴이 새파래진 채 쓰러졌다.

클리프는 물론이고 루드윅 공작 역시 에디트의 음모라 믿으며 크게 화를 냈지만 킬리언은 에디트에게 먼저 달려갔다.

한 번도 저 이외의 여자에게 눈을 돌린 적 없는 킬리언의 변심이 섭섭했지만, 리제는 이제 곧 킬리언이 저에게 돌아오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이변이 일어났다.

“에디트는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사실 꽤 신빙성 있는 반박이기도 하고.”

이 사건에 관해 회의를 하고 돌아온 클리프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독 파이 사건 이후 너무 즉각적으로 이뤄진 ‘복수’인데, 그게 오히려 너무 이상하다는 거지. 에디트도 자신이 가장 의심받을 상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원작에서는 그런데도 에디트가 의심받았지만, 13번째 에디트가 여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펼쳐 온 논리적인 태도가 루드윅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게다가 에디트는 자신이 결백하다는 걸 증명하게 해 달라면서 우리 가문의 하녀를 감시인으로 붙여 달라고 청했어. 킬리언이 곧바로 안나를 다시 에디트의 하녀로 배정했고. 그렇게까지 항변하는 걸 보면 그녀가 범인은 아닌 것 같아.”

에디트는 심지어 소피아의 폭행을 막을 방법을 모색하기까지 했다.

‘이래서야 내가 독까지 먹은 보람이 없잖아!’

18Donde viven las historias. Descúbrelo ah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