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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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트에 대한 그 많은 소문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킬리언도 누군가를 불확실한 소문만으로 단정 짓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에디트 리겔호프에 관한 소문만큼은 너무나 무성했고 너무나 일관됐다.

그러나 에디트 본인을 곁에서 두고 본 바로는, 그녀는 소문의 그 사람이라고 할 수 없었다.

‘도대체, 표독스럽고 악독하고 음탕한 리겔호프가의 꽃뱀은 누굴 가리키는 말인 거야?’

불가해한 의문이 계속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오페라도 처음, 꽃을 받아본 것도 처음이라는 그 말과 뭔가 연관이 있는 건가……?’

킬리언은 리겔호프 백작에 대한 새로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앞으로 에디트를 더 잘 살펴야겠어.’

그녀가 숨긴 진실을 파헤치다 보면 훨씬 더 큰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누군가 그의 침실문을 노크했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라면 그와 가까운 사이의 누군가일 터였다.

‘에디트?’

가슴이 크게 뛰었다.

킬리언은 잔뜩 부푼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밖에 서 있던 사람은 기대하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늦은 시간에 미안해요, 킬리언.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리제…….”

리제가 이 시간에 찾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킬리언은 어딘지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는 그녀를 방에 들였다.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안 좋은데.”

“킬리언.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를 일이 있어서, 킬리언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왔어요.”

“그래? 그럼 여기 앉아서 말해봐. 무슨 일이야?”

“그러니까…… 그게 말이에요…….”

리제는 한참이나 입술을 물어뜯으며 안절부절못했다.

하얀 피부가 오늘따라 더 창백해 보이기도 했다.

“리제. 나를 찾아왔다는 건 나를 믿는다는 뜻이지? 그럼 걱정하지 말고 얘기해. 뭐든 도와줄 테니까.”

리제의 여린 어깨를 토닥이며 달래는 킬리언의 목소리에 리제는 조금 용기를 얻은 것 같았다.

“킬리언. 오늘…… 저택의 하녀 하나가 사라졌대요.”

“사라지다니?”

“말 그대로예요. 짐도 다 놔둔 채로, 사람만 사라져 버렸어요.”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거야?”

“모르겠어요. 어젯밤에 소등한 이후로 그 하녀를 본 사람이 없대요. 그런데…….”

흔들리는 리제의 눈동자를 보며, 킬리언은 지금부터가 리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것을 눈치챘다.

“물론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고, 저도 그 말을 다 믿는 건 아니지만…….”

말을 빙빙 돌리는 리제의 태도에 킬리언은 왠지 불안감을 느꼈다.

“리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얘기해.”

낮게 채근하는 킬리언의 목소리에 리제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에디트가 자수 실에 독을 바르는 걸, 그 하녀가 봤다고 그랬대요. 오늘 클리프에게 말하겠다고 했다는데…… 갑자기 사라졌다고…….”

“뭐……?”

리제의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리제가 떠는 모습만 보고도 이성이 마비되어 당장 에디트를 잡으러 갔을 킬리언이지만, 지금은 이 얘기를 덥석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단순히 ‘심증’만 갖고 에디트를 몰아붙이는 짓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 하녀는 그런 얘기를 누구한테 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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