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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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임신한 뒤로 잠도 늘었고 꿈도 엄청 많이 꾼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꿈을 기억하는 일은 드물었는데, 산달이 다가온 어느 날은 정말로 생생한 꿈을 꾸게 되었다.

‘어? 이 냄새…….’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러나 아예 잊어버릴 수는 없었던 냄새가 났다.

그것은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오래된 다세대 주택의 계단참에서 나던 냄새였다.

“씨X, 아오, 진짜, 씨X알!”

누군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왠지 그게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진짜 죽은 건가? 아, 미치겠네!”

역시나, 오빠였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술 냄새가 풍겨 왔다.

오빠는 계단을 내려와 바닥에 널브러진 내 코 밑에 손을 댔다가, 다시 계단을 올라가 서성거리길 반복했다.

“진정, 진정하자. 일단은…… 도망쳐야 해.”

목격자가 없는지 주변을 살피던 오빠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내 가방으로 향한 건 그때였다.

‘그냥 갈 리가 없지.’

나는 당연히 벌어질 일을 바라보듯 오빠가 내 가방을 뒤지는 꼴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빠는 벌벌 떨면서도 내 지갑을 찾아 품에 넣은 뒤 그대로 도망쳤다.

피붙이로서의 애정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대로 오빠는 금방 붙잡혔다.

내 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곳곳에서 받았으니, 꼬리가 안 밟힐 리 없었다. CD기가 설치된 편의점의 CCTV마다 오빠가 찍혔다.

심지어 밤새 도박에 빠져 있다가 새벽에 근처 편의점에서 내 카드로 담배까지 샀으니…….

‘어휴, 저 바보.’

오빠는 들이닥친 경찰을 피해 도망쳤지만, 막상 붙잡힌 뒤에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순순히 끌려갔다.

장면은 바뀌어 익숙한 곳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가 다니던 회사였다.

“진짜 이게 무슨 일이래? 나 살면서 뉴스에 나온 사건의 주변인 돼 본 거 처음이야.”

한 동기가 또 다른 동기에게 속닥거렸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 떠 있는 표정은 안타까움이나 슬픔보다는 흥미와 호기심에 더 가까웠다.

오히려 내 뒤통수를 때렸던 안영은과 나에게 짜증을 냈던 박 과장의 안색이 더 안 좋았다.

「나, 기분이 너무 안 좋아. 수나 씨 죽은 날, 내가 수나 씨한테 진짜 못된 짓 했거든.」

「뭐?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런 게 있어. 근데 나는 그게 수나 씨하고의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지.」

「야, 이미 지난 일인데 후회해 봤자 돌아오는 것도 아니잖아. 얼른 잊어버려.」

안영은이 누군가와 사내 메신저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때, 박 과장이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끊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기, 오늘 퇴근 후에 두세 명만 대표로 수나 씨 빈소에 다녀왔으면 하는데…… 누구, 갈 사람 있어?”

그러자 안영은이 손을 들었다.

“제가 갈게요.”

“어, 그래, 영은 씨. 그럼, 나랑 영은 씨랑…… 또 누구 갈 사람 없어?”

하지만 다들 눈치를 보며 손을 들지 않았다.

결국 나랑은 잘 알지도 못하는 신입이 조문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것도 웃기네. 나랑 그나마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아무도 안 왔잖아.’

반쯤 예상하긴 했지만 그걸 직접 눈으로 보니 허탈감이 몰려왔다.

그들은 내 빈소로 향하는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박 과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18Where stories live. Discover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