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하하!”그의 웃음소리에 카페 안의 사람들이 놀란 눈을 했다.
사실 아까 내가 부인들에게 행패를 부릴 때부터 주목을 받고는 있었지만, 내가 패악을 부리는 거랑 세계관 두 번째-나한테는 첫 번째- 미남이 웃는 거랑은 또 충격이 다를 테지.
“다 웃었어요?”
“아하……하하, 아…… 이렇게 웃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요.”
킬리언은 웃느라 눈물까지 났는지 실실대면서 계속 눈가를 닦았다.
다행히도 그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불쾌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내 아내가 될 여자가 개차반 악녀라는 소문을 들었을 때는 내 인생에 재앙이 닥쳤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그 악녀 덕분에 이렇게 속 시원해질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니까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말이 나온 거죠.”
“개차반이었다는 데 대해서는 동의하십니까?”
“관점의 차이라고만 해두죠.”
킬리언은 또 어깨를 들썩거리다가 겨우 진정하고는 식은 차를 마셨다.
“아까도 들어서 아시겠지만, 싱클레어 백작가의 덜떨어진 인간들이 리제를 헐뜯지 못해 안달입니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트리고 있죠. 당신에게도 진흙탕이 튈 겁니다.”
“원래 유명하고 잘나갈수록 저런 소문에 시달리는 법이에요.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저런 저급한 헛소문은 금방 사라질 테니까.”
지금은 싱클레어 백작가에서 몰라서 저러는 거다.
건국제에서 클리프의 옆을 차지한 리제를 보면 자신들이 어떤 패를 버렸는지 깨닫고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다.
그리고 저들끼리 삽질을 하다가 자멸하겠지.
“당신은 참…… 볼수록 신기합니다.”
“제가요?”
“다른 사람 같았으면, 아까 같은 소문을 들었을 때 내게 화를 내거나 리제를 해코지하려 들었을 겁니다.”
“왜요?”
“내가…… 리제를 사랑했으니까.”
킬리언이 처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인정했다.
괴로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일말의 씁쓸함이 엿보였다.
“그거랑 아까 그 부인들이 얘기하던 소문이랑은 좀 다르죠.”
“보통 사람들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 소문이 나게 행동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그러다가 킬리언이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니 별로 상관없었나?”
그는 미소 짓고 있었지만 왠지 아까보다 더 씁쓸해 보였다.
나 같은 조연한테마저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여긴 걸까.
“킬리언, 나는…….”
내가 어떻게든 그를 위로하려고 입을 뗐지만, 킬리언은 내 말을 미처 듣지 못한 채 카페 직원을 불러 계산서를 요청했다.
어쩌면 잘된 일이었다.
여기서 그를 사랑한다고 말해봤자 뒷감당이 어려울 것 같았으니까.
* * *
나름 즐거웠던 외출을 마치고 저택에 돌아왔는데 저택 내의 술렁이는 분위기는 여전했다.
‘아직도 의상실 사람들이 돌아가지 않은 건가?’
그러기엔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자신의 측근 하인에게 뭔가 귓속말을 들은 킬리언이 얼굴을 살짝 굳히더니 내 팔을 잡아끌고 공작 부인의 방으로 향했다.
그녀의 방에는 공작 부부와 클리프, 그리고 리제가 함께 앉아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다들 여기 계셨군요. 저희, 이제 막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