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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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자회가 끝나자 서서히 여름이 다가왔다.

‘에어컨도 없이 여름 나려면 죽을 맛이겠네.’

그런 생각이나 한가롭게 하고 있었는데 불현듯, 아주 무서운 사실 하나가 머릿속에 떠오르고 말았다.

‘그런데…… 원작에서 에디트가 얼마나 오래 등장했지?’

왜 그 생각이 이제야 떠오른 건지 모르겠다.

<집착은 사절합니다>는 총 5권짜리 로판이었고, 에디트는 3권 말쯤에 등장해 5권이 시작되기 전에 사라졌다.

그리고 5권 초반쯤에 리제가 클리프의 사랑 고백과 함께 프러포즈를 받는다.

‘그때 리제가 몇 살이었더라?’

지금 나와 리제는 스물두 살로 동갑이다.

그리고 클리프가 그녀에게 청혼했던 건, 그녀가 스물세 살 때였다.

‘확실해. 그 나이면 대학도 졸업 안 했을 나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거든.’

자, 그럼 여기서 퀴즈.

내 목이 날아가는 에피소드까지, 몇 달이나 남았을까요?

그 생각을 했더니 갑자기 등이 식은땀으로 젖었다.

그때, 갑자기 안나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아가씨! 자, 잠시 나와보셔야겠는데요!”

“응? 무슨 일이야?”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복도로 나가자 1층 현관 쪽에서부터 웬 여자의 통곡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빌겠습니다! 제발 우리 아가씨 좀 만나게 해주세요! 결혼 전에도 저 아니면 마음 놓고 시중을 맡기지도 못하셨는데, 이곳에서 혼자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이게 무슨 소란인가 하고 안나의 뒤를 따라 내려가 보니 1층에는 이미 공작 부인과 집사 필립은 물론 클리프와 킬리언, 리제까지 내려와 있었다.

“어……?”

나는 감히 루드윅 공작저의 현관에 퍼질러 앉아 통곡하고 있는 여자를 보고는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그녀 역시 나를 발견하고는 내가 피할 틈도 없이 내 이름을 불러 젖혔다.

“아, 아가씨! 에디트 아가씨!”

“소…… 소피아…….”

“아아, 세상에, 우리 아가씨……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으신 거예요?”

“네? 뭐? 뭐라고?”

오랜만에 보는 소피아는 리겔호프가에서와는 달리 내가 걱정되어 죽겠다는 얼굴로 내게 매달렸다.

어떻게 고작 하녀가 공작 부인과 후계자까지 내려오게 했나 했더니, 소피아의 뒤에는 셰인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오빠……?”

내가 멍하니 셰인을 불렀지만 그는 내가 아닌 공작 부인을 향해 서서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소란을 일으켜서 대단히 죄송하다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에디트의 전담 하녀였던 소피아가 에디트를 너무나 그리워했고, 저희로서도…… 에디트의 안부를 전혀 알 수가 없어 불안했습니다.”

“언제든 방문하셔서 에디트를 만날 수도 있으셨을 텐데요.”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아마 잘 아실 테지요. 그러니, 소피아만이라도 에디트의 곁에 두게 해주십시오. 고작 하녀 하나 아닙니까?”

나는 그제야 셰인이 말한 ‘개 목줄 조이는 방법’을 알 것 같았다.

“오, 오빠! 전 정말로 괜찮아요!”

“아가씨! 제발, 제발 절 버리지 말아주세요. 네? 흐흑…… 절 때리고 벌하셔도 좋아요. 곁에서 아가씨 모실 수 있게만…….”

소피아가 내게 더 매달려왔다.

그러자 셰인도 거들었다.

“에디트. 네가 어릴 때부터 곁에 있었던 소피아 아니냐. 소피아가 널 얼마나 걱정했는지…….”

18Donde viven las historias. Descúbrelo ah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