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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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린 응접실 안에는 편한 차림의 루드윅 공작 부부가 차를 내리고 있었다.

내 것까지 마련한 모양인지 맞은편 자리에 찻잔이 놓여 있었다.

“공작 각하와 공작 부인께 문안 인사 올립니다. 편안한 밤 되셨습니까?”

“덕분에 잘 잤다. 너야말로 어제 피곤했을 텐데 아침부터 인사를 오다니, 너무 긴장하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구나.”

“공작가의 모든 분들이 배려해 주신 덕분에 저 역시 편하게 쉬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루드윅 공작의 표정은 좀 딱딱했지만, 공작 부인은 나름 인자한 표정으로 내 인사를 받아주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맞은편에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얻어 마실 수 있었다.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그들은 왜 킬리언과 같이 오지 않았냐거나 킬리언과의 관계가 어떻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하긴, 찻잔도 내 것만 준비한 걸 보면…….’

그가 어제 신부의 방에서 자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보고가 들어왔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얘기를 굳이 꺼낼 이유가 없을 테고.

대신 공작은 은근히 나를 공격하는 것 같은 질문을 했다.

“백작께서 워낙 귀하고 곱게 키웠다는 거야 잘 아는 바지만…… 혹시 귀족가의 안주인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좀 아는지 궁금하구나. 아, 물론 이제부터 배워도 되지만 말이다.”

원작을 읽고 온 게 참 이럴 때 빛을 발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당황했을 테니까.

“금전 출납 관리와 문서 정리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작가의 방식이 있을 테니 가르쳐 주시면 최대한 빨리 숙지하겠습니다.”

“……백작께서 그것만은 확실히 가르쳐 주신 모양이군그래.”

마치, 우리 가문의 금전 출납 내역과 내부 문서를 빼돌리러 왔냐는 듯한 뉘앙스였다.

“제가 미덥지 못하시다면 다른 일을 가르쳐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배우겠습니다.”

“크흠.”

못 믿겠으면 말라는 소릴 대놓고 들을 줄은 몰랐는지 루드윅 공작이 괜히 헛기침을 했고, 공작 부인은 그런 그의 옆구리를 툭 치며 눈을 흘겼다.

아무래도 공작보다는 공작 부인 쪽이 말이 좀 통할 것 같았다.

부인은 남편 대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금전 출납과 문서 정리에 관해 배워두었다니 다행이구나. 그럼 2주 뒤부터 내 일을 좀 도와주겠니? 일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거다. 좀 더 쉬고 싶으면 다음 달부터 시작해도 좋고.”

“2주 뒤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당장 오늘부터라도 맡겨만 주신다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러다가 아차 싶어서 덧붙였다.

“아, 아무래도 부인께서도 일을 조정하시는 데 시간이 필요하시겠군요. 그럼…… 필요하실 때, 아무 때나 불러주세요.”

아무래도 내게 보이지 말아야 할 문서들은 빼두어야 할 테니까.

하지만 공작 부부는 베테랑답게 내 앞에서 그런 티를 내지는 않았다.

“며느리가 시집오자마자 일을 시킬 만큼 못된 시부모는 아니란다. 너도 여기서 지내는 데 필요한 것들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테고 말이야.”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필요한 게 있다면 말해보렴.”

“그럼……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의상실 사람을 불러도 될까요?”

순간 놀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던 두 사람은 떨떠름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내가 시집오자마자 공작가의 재산으로 비싼 드레스를 주문하려는가 보다 했을 것이다.

‘그래, 그렇게 기대 수준이 낮은 게 좋아. 그래야 나중에 날 더 높게 평가하지.’

나름 음흉한 생각으로 내가 무엇 때문에 의상실을 부르려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18Donde viven las historias. Descúbrelo ahora